[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국민연금을 비롯해 글로벌 기관들이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잘하는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공표하는 시대다. 하지만 개인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ESG를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기업이 잘한다고 평가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는 사이 세상의 흐름은 더욱 빨라졌다. 정부에서는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기업들은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고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주요 기관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요 투자 골자로 천명했다. 더이상 ESG 흐름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세계 투자의 흐름을 놓치게 된다. <편집자 주>
“지금의 ESG는 규제산업에서 성장산업으로 변해가는 과정의 시기다. 장기간 자산을 운용해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개인도 장기 플랜을 계획하기 위해선 ESG에 집중해야 한다.”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는 개인이 ESG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투자와 연금 분야에 대해선 누구보다 앞서 있는 전문가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 CIO(최고책임투자자)와 경영관리 대표를 맡았으며 ‘벌거벗을 용기’, ‘인구구조가 투자지도를 바꾼다’ 등 다수의 저서·역서를 냈다. 그도 ESG의 투자가 아직은 초창기 단계지만 성장 속도 만큼은 여타 다른 상품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고 강조한다.
최근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ESG 관련 투자자 자산 규모는 2016년 22조8390억달러에서 작년 35조3010억달러로 증가했다. 4년간 54.5% 급증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ESG 투자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자신의 자산을 어떤 방식으로 ESG에 투자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특히 자신의 은퇴 자산을 ESG에 차곡차곡 쌓아가도 될지 궁금하다. 김 대표는 ”연금은 장기적립 투자의 개념으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투자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은 길게 보면 이익도 증가하는 만큼 연금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고 덧붙였다.
장기간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를 본보기로 삼아도 좋다. 한국투자공사는 2019년 10월부터 ESG 전략 펀드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모든 자산에 대한 투자 프로세스와 포트폴리오 운용에 ESG를 반영하는 ESG 통합체계를 구축해 운용 중에 있다. 이외에 공무원연금공단, 사립학교직원연금공단, 한국교직원공제회 등도 마찬가지다. ESG 투자를 실행 중이며 점점 그 규모는 확대되는 추세다.
김 대표는 ”ESG 펀드는 아직 초창기 단계인 만큼 과거의 트랙 레코드(Track Record)가 쌓이지 않았다“면서도 ”기관이 주도하는 시장의 변화, 즉 기업의 변화로 인해 앞으로 다양한 ESG 관련 펀드나 ETF(상장지수펀드) 등이 나오면서 시장을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올바른 투자 문화 정착과 펀드 투자 대중화를 위해 2004년 국내 금융회사 최초로 투자교육연구소로 시작했다. 최근에는 은퇴연구소가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금의 투자와연금센터로 명칭을 바꿨다. 고객의 성공적인 자산운용과 평안한 노후준비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앞선 연구와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김경록 대표와 만나 개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ESG, 어떤식으로 대응해야 할지 노후의 은퇴 자산 활용도에 대해 들어봤다.
연금 투자자가 ESG를 봐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연금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연금은 장기적립 투자 개념이다. 그런데 개인의 경우 장기적립을 예금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예금이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금이 과연 안전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현재의 은행 금리는 1% 수준 정도다. 이를 장기 적립한다고 예를 들어보며 오히려 시장 금리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할 때 오히려 마이너스다. 안전하다고 봐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금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연금은 반드시 투자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간혹 개인의 경우 단기투자로 인해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우량종목에 95% 가량을 장기 투자에 적립할 경우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유념해야 하는 것은 장기 투자일수록 분산 투자해야 한다. 단기투자에 타고난 투자자도 있지만 대게는 많은 종목이 묶음으로 돼 있는 ETF(상자지수펀드)나 TDF(타깃 데이트 펀드) 등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여기서 ESG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나온다. 장기적으로 우량한 다수의 기업을 장바구니에 담아야 한다는 것인데, 우량한 기업을 어떻게 발굴할 것인가다. 다수의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이 길게 봐도 이익이 증가한다고 말한다. ESG를 환경과 사회만 생각해 이익은 고려하지 않는 것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이익을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환경과 사회에 대한 배려를 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이익이 증가할 것이란 것이 ESG의 핵심 개념이다.
대표적으로 E(Environmental·환경)를 봐보자. 최근 시장의 화두인 전기차는 성장성이 매우 높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술도 포함돼 있어 투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투자 성과로도 직결된다. S(Social·사회)와 G(Governance·지배구조)는 휴먼 캐피탈(Human Capital)과 관련된다. 대기업의 경우 일찍이 자본시장 개방과 함께 지속적인 도전을 받아왔던 만큼 준비가 갖춰져 있다. 반면 중소·중견 기업의 경우 이를 어떻게 해결할 지는 물음표다.
연금 ESG 투자, 어떤 상품을 고려해야 할까.
현재 가입이 가능한 상품은 총 세가지다. ESG 주식형 펀드와 ESG 주식형 ETF, ESG 채권형 펀드다. ESG 주식형 펀드는 ESG 측면에서 양호한 평가를 받은 기업들의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액티브 방식과 패시브 방식으로 나뉘는데, 액티브의 경우 펀드매니저의 재량으로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한다. ESG 평가 등급이 높은 기업들의 주식 비중을 높이고, 등급이 낮은 기업의 비중은 줄이는 방식이다. 패시브는 추종 벤치마크를 그대로 추종해 운용한다.
ESG 주식형 펀드는 운용 방식이 다양하다. 국내에만 투자하는 펀드가 있는가 하면 해외 기업 위주인 경우가 있다. 투자하기 전 설명서를 꼼꼼히 살펴봐서 투자 대상과 벤치마크 지수, 운용 방식 등을 확인해야 한다.
주식형 ETF의 기본적인 운용 방식은 패시브 방식의 펀드와 비슷하다. 다만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어 주식처럼 매매된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연금계좌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ESG 주식형 ETF만 매매할 수 있고 해외 주식 ETF는 매매할 수 없다. ESG 채권형 펀드는 ESG 요인을 고려해 채권 투자를 하는 펀드를 말한다. 일반적인 회사채 펀드와의 차이점은 ESG 평가등급이 높은 기업의 투자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의 ESG 관련 펀드의 수는 다양하지 않다. 하지만 ESG의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앞으로 투자자가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투자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부분은.
미래에 우량한 기업이 무엇인지 잘 찾는 것이 포인트다. 우리는 미래의 10년 뒤 어떤 기업이 우량할지 알 수는 없다. 시대가 빠르게 바뀌고 있어서다. 이런 기술 혁신시대에는 몇 개의 기업만 선택해 확신하겠다는 것은 확률이 너무 낮다. 트렌드를 보면서 그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종목을 담은 상품에 장기 투자하는 것, 그것이 개인 투자자가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가 인터뷰 하는 모습. 사진/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