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최근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가 건설사에게도 위기감을 안겨주고 있다. 대출 규제 심화로 중도금 및 잔금 대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분양시장에서 미분양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분양은 곧 바로 공급 주최인 시공사에게 재정 위기로 다가온다. 특히 해외수주 및 플랜트 시장 축소 여파로 국내 건설사 대부분이 주택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시점에서 부동산 시장 하락세는 건설사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일반 매매시장은 물론 분양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부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면 아파트 분양을 받아놓고 잔금 대출이 불가능해지는 사례가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1%로 인상한 것도 미분양 우려를 높이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내년에도 기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일반 매매시장은 이미 하락세로 돌아선 상태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12월 다섯째 주 기준 전국 주간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14%를 기록해 전주보다 0.03%포인트 줄었다. 특히 지난해 10월 마지막 주 0.13%를 기록한 이후 1년 1개월여 만에 최저 수치다. 서울도 0.10%를 기록해 지난 5월 둘째 주 이후 최저 상승률을 기록한 상태다. 지방도 0.13%를 기록해 0.11%를 기록한 지난해 10월 둘째 주 이후 역대 최저 수치다.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도 이미 하락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3기 신도시 등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 드라이브로 수요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지역 이외에는 미분양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특히 대구와 세종 등 대규모 공급 물량이 쏟아진 지방을 중심으로 이미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일명 ‘줍줍’이라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아파트 미분양 우려가 높아지면서 주택 공급 주최인 건설사들의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주택사업으로 대부분의 실적을 내고 있는 건설사 입장에서 주택시장 분위기 하락은 실적 하락과 직결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주택사업 중심 대표 건설사로 올해 3분기 기준 외주주택 매출(1조7855억원)이 전체 매출의 70.9%를 차지했다. 대우건설도 같은 기간 주택건축 부문 매출(4조2512억원)이 68.06%를 차지했다.
여기에 해외수주로 성장세를 이어가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해외수주액은 226억4829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351억달러 이상을 기록한 이후 올해는 300억달러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전통적 수주 텃밭인 중동지역 수주액이 전년 대비 67%에 머물면서 좀처럼 해외수주가 살아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발주가 크게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주택 시장으로 먹고 사는 건설사들이 많아 큰 걱정은 없지만, 최근 주택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주택시장만으로 먹고 산다는 점이 위기가 되는 순간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에서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위기감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