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국민연금을 비롯해 글로벌 기관들이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잘하는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공표하는 시대다. 하지만 개인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ESG를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기업이 잘한다고 평가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는 사이 세상의 흐름은 더욱 빨라졌다. 정부에서는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기업들은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고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주요 기관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요 투자 골자로 천명했다. 더이상 ESG 흐름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세계 투자의 흐름을 놓치게 된다. <편집자 주>
<뉴스토마토>는 지난달 5일부터 6주간에 걸쳐 ESG 관련 각계 전문가들을 만났다. 그 결과 "ESG는 단기 추세 아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중장기 가치 향상기업에 주목하라"라는 결론이 나왔다. 업계별 상황과 보는 시각은 다양했지만 ESG라는 시대적 흐름의 변화는 앞으로 10년, 20년, 장기에 걸쳐 기업의 본질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견했다.
ESG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에 대해선 전규안 교수가 상세히 설명했다. 전 교수는 "ESG를 잘하는 기업은 최소한 큰 리스크에 부딪힐 가능성이 낮다. 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를 강조하고 이해관계자를 중시하는 기본 정신은 계속 유지되고 발전해갈 것이다. 이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관돼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용희 율촌 법무법인 변호사는 기업의 법적 리스크를 예로 들며 ESG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용희 변호사는 "해외에선 ESG 관련 집단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ESG 정보가 회사 쟁송, 법적 리스크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업은 ESG를 제외하고는 더이상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을 받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글로벌 투자운용사나 국민연금 등이 기업에게 ESG 자료를 요구하고 있고, 이는 사적 영역임에도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ESG는 잠깐 스쳐 지나가는 시대의 바람이라고 언급되던 경우도 있었다. 철저히 실리 위주의 기업이 '돈 안되는 ESG'를 할 리가 없다고 치부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ESG의 경영이 회계적 재무적 수치와 주가의 흐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실제로 하버드대학에서 밝힌 보고서에는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과 못한 기업의 투자성과 비교'에서 ESG 평가 등급 상위 10%와 하위 10% 기업의 주가 상승률 차이는 연 평균 8.85%에 달했다.
ESG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 가에 대해선 업계별 온도차가 존재했다. 전 교수는 국내 평가 기관의 ESG 평가는 아직 제한된 정보로 전적으로 신뢰보단 참고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SG 평가 기관인 한국ESG연구소 이선경 센터장은 "ESG 평가는 책임투자를 시행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정의 내렸다. 다만 전문가들의 공통된 쟁점은 ESG를 개인이 실행하기는 상당 부분 어렵다는 것이다. 이선경 센터장은 "사업보고서 주석 등을 살펴보고, 과거 사건 및 사고 등을 살펴보는 것 등으로도 ESG가 상당 부분 체크된다"면서도 "구체적인 정책, 전략, 조직의 구성, 목표, 활동내역이 함께 공개되지 않는다면 마케팅에 지나지 않을 확률이 높아 유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정남 삼정회계법인 상무는 ESG 평가에 있어 최고 결정자인 대표이사의 도덕성과 윤리를 강조했다. 김정남 상무는 "여러 기업들을 컨설팅해본 결과, 하나만 봐야 한다면 G가 가장 중요하다. CEO의 도덕성과 윤리는 업종 불문 중요하다. MSCI도 E와 S에선 업종별로 다른 기준을 쓰지만, G에 대해선 같은 기준을 적용시킨다"고 평가했다.
ESG를 개인의 투자 영역에 있어선 전문가들은 철저히 '장기투자'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선경 센터장은 "ESG 투자는 기본적으로 중장기 투자를 전제하고 있는 개념이다. 아무리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에 투자한들 매일 사고파는 소위 단타매매는 투자라기 보다는 투기다. 지속 가능성이 높고 중장기 가치가 향상이 예상되는 기업에 투자하며 주주로서 관심과 참여를 수반하는 건전한 투자 문화의 변화가 최우선이다"라고 말했다.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는 "연금은 장기적립 투자의 개념으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투자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은 길게 보면 이익도 증가하는 만큼 연금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ESG 투자의 구체적인 방법은 지난 3일 공개된 김경록 대표의 <연금은 장기 투자 영역, ESG 활용 방안 높아> 기사를 참고하면 좋다.
앞으로 기업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시대적 변화에 맞춰 ESG 공시와 평가 등 까다로운 투자자의 요구 수준에 맞추기 위해선 서둘러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이선경 센터장은 기업에 전사적인 차원에서의 인식제고와 철학 정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사업 및 자금조달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산업 특성 및 기업 비즈니스 특성을 감안해 중요한 사안을 중심으로 전사적인 전략 수립과 구체적인 실행계획 등이 담긴 로드맵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남 상무도 "기업의 미래 가치는 과거 재무제표만으로 설명이 안된다. 재무제표는 미래가 아닌 과거 성과고, 이것이 미래 성과를 담보하지 못한다"며 "생존하기 위해선 돈도 벌어야 하지만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진단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ESG와 관련해 개인에게 유용한 정보와 전문가들도 주목할 만한 참신한 내용을 보도해나갈 계획이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