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2차례 청구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것에 이어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피의자 조사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공수처가 특정 언론사 기자들의 통신자료를 집중 조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진퇴양란에 빠졌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주 손 검사 측에 출석을 요청했지만, 손 검사 측이 입원 치료 중으로 당분간 출석이 어렵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조사 시도가 중단된 상태다. 손 검사는 판사 사찰 문건과 관련해 지난달 19일 처음으로 출석을 요구받은 이후 한 달 가까이 불응하고 있다.
손 검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지난해 2월 수사정책정보관실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와 관련해 주요 정치적인 사건 판결 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손 검사는 지난해 4·15 총선 직전 여권 인사와 언론인 등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전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도 공수처의 수사를 받는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2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인 조성은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하나의 사건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반쪽짜리 수사로 한동훈 감찰·수사 방해 사건과 윤석열 대검찰청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도 않고 얼렁뚱땅 다른 사건 이것저것 찔러보기식은 안 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인 사찰과 공직 후보자 사찰, 선거 방해를 대놓고 한 중대 범죄 행위를 측근 비리를 뭉개고자 감찰·수사 방해까지 한 윤석열 대검찰청 사건에 대해 정작 공수처가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기관이 된다면, 형편없는 반쪽짜리 수사로 당연히 무죄가 날 수준의 기소를 한다면 공익신고의 대상 기관으로 과연 적합할까"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가운데 공수처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언론사 기자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이날 김진욱 공수처장과 성명 불상의 공수처 수사관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대검에 제출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에서 "TV조선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6월 2차례에 걸쳐 이성윤 고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 CCTV 입수 보도와 CCTV 입수 경위 뒷조사 보도를 한 TV조선 기자들의 통신 자료를 조회했다고 한다"며 "공수처가 법원의 영장 없이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을 근거로 통신 자료를 조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이에 대해 "공수처 수사 대상 주요 피의자 중에는 기자들과 통화가 많거나 많을 수밖에 없는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며 "공수처는 이들 피의자의 통화 내역을 살핀 것이고, 사건 관련성이 없는 수많은 통화 대상자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피의자들과 취재 목적으로 통화한 기자들임이 확인되는 경우 당연히 대상에서 배제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공수처로서는 가입자 정보만으로는 통화 상대방이 기자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며 "그런데도 단지 가입자 정보를 파악한 적법 절차를 '언론 사찰'로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1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