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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칼럼)거래세 완화 카드가 나온 이유
입력 : 2021-12-16 오전 6:00:00
최용민 산업2부 기자
여전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부동산 정책은 주요 이슈다. 선거 과정 뿐 아니라 실제 통치 과정에서도 부동산 정책은 정권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가 된다. 문재인정부는 부동산으로 시작해 부동산으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마다 집값 상승 부작용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여당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 후보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유예’라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이 후보는 최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유예를 이르면 이달 중 입법화하겠다며 이를 공식화했다. 과세 형평성을 들어 이미 집을 처분한 다주택자들에게도 양도세 중과 완화를 소급 적용하는 방안도 염두하고 있다. 이 후보가 제안한 ‘6개월 안에 처분 시 중과분 완전 면제, 9개월 안이면 절반, 1년 안이면 4분의 1 면제’하는 방안을 골자로,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정부는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상 부자 감세라는 점에서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와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특히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다주택자 규제에 부동산 정책 초점을 맞춰왔다. 실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다주택자 양도세를 한시 인하하면 다시 부동산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고 정책 신뢰도도 훼손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유예 카드를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 문제를 따지기 전에 부동산 세금과 관련해 글로벌 기준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춰야 된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글로벌 기준이라는 것이다. 사실 보유하는 세금을 높이고, 거래하는 세금을 낮추는 것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지는 현상만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부가 거래세를 낮추지 않고, 보유세만 높이자 다주택자들은 서둘러 자식에게 주택을 증여하기 시작했고, 부동산 증여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양도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으니, 어차피 물려줄 부동산 미리 증여하는 것이다. 이들 자녀들은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상대적 박탈감만 높이고 있다.
 
정부가 진정 원하는 것이 세금인가, 아니면 부동산 시장 안정화인가. 1주택자의 양도세를 완화해봐야 살 집 없는 1주택자가 집을 팔수는 없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아야 매물이 쌓이고,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사실 정부도 알고 있지만,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 후보가 한시적 유예 카드를 꺼낸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더욱 중요한 것은 다주택자가 한시적 중과 유예로 세금 혜택을 받은 이후다. 이들이 보유한 현금으로 다시 다주택자가 되는 것을 막는 정책이 꼭 필요하다. 세금 혜택을 받은 이들이 매물 증가로 가격이 하락한 부동산을 혜택 받은 세금으로 다시 매매한다면 이 정책은 하지 말아야 할 정책이 된다. 정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까지 고려해야 제대로 된 정책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최용민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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