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161390)지 노조의 파업이 3주째 이어지면서 타이어 수급이 어려워지자 고객사인
현대차(005380)의 인기차종 '캐스퍼' 출고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임금협상을 두고 한국타이어 노사 입장차가 극명해 파업이 길어질 경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더해 차량 출고 지연이 더욱 확대될까 우려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캐스퍼 고객들에게 17인치 타이어 공급 부족으로 생산계획 조정을 통해 예상 출고일을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현대차 엔트리 SUV '캐스퍼'. 사진/현대차
17인치 타이어가 적용된 캐스퍼는 기존 예상 출고일 대비 약 2주간 납기가 지연된다. 대신 15인치 타이어 적용 캐스퍼는 출고가 더 빨라진다.
캐스퍼 휠 종류는 총 4가지로 15인치는 1가지, 나머지 3가지는 모두 17인치다. 17인치 휠은 캐스퍼 최상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에 적용되는데 지난 9월 14~28일 진행된 사전예약 당시 인스퍼레이션(70.3%) 구매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또 옵션으로 17인치 휠을 적용할 수 있어 캐스퍼 고객 대부분이 이번 출고 지연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긴급 타이어 수급 등을 통해 납기를 최대한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일부 차종에 기존 한국타이어 대신 다른 회사 제품을 장착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타이어가 적용되는 차량의 경우 다른 타이어 브랜드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캐스퍼에 적용된 17인치 타이어의 경우 한국타이어가 소음도 등급에서 'AA'로 넥센(A등급) 보다 높다. 이에 캐스퍼 고객들은 한국타이어를 선호하고 있다. 캐스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출고가 늦어져도 한국타이어가 장착됐으면 한다"는 분위기다.
한국타이어는 현대차 캐스퍼, 아반떼, 베뉴, 싼타페, 코나 등에 탑재되고 있으며
기아(000270)에도 레이, 스포티지 등에도 공급된다.
한국타이어 총파업으로 캐스퍼 뿐만 아니라 다른 차량들도 타이어 수급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주말 아반떼, 베뉴를 생산하는 울산 3공장은 한국타이어 파업 장기화에 따라 특별연장근로를 취소했다.
올해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던 현대차가 지난 4일 첫 주말 특근을 시작하며 생산량을 끌어올리기 시작했지만 타이어 수급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신차 구매정보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 차량을 계약했을 경우 아반떼의 경우 5개월, 아이오닉5는 8개월,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9개월 이상이 걸린다. 캐스퍼 역시 4~5개월을 기다려야 차량을 받을 수 있다. 제네시스 GV60와 기아 EV6는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미래차 전환으로 노사협상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인 만큼 조율이 굉장히 중요하고 정부의 중재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총파업은 장기화 국면에 들어갔다. 한국타이어 대전·금산 공장은 가동이 전면 중단됐고 완성차 공장·대리점으로 가는 타이어 물량도 완전히 끊긴 상태다.
한국타이어 노사는 지난달 24일 총파업 이후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임금 인상 폭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원들은 임금 10.6% 인상을 고수하는 반면 사측은 5% 인상·성과급 500만원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