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 전체 가계소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차인들이 미래의 주택구입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맨 결과로 풀이된다.
21일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가격 중간값 추이를 살펴보면 올 1분기 서울의 아파트매매가격 중간값은 8억7700만원으로 전국 3억8100만원의 2.3배 수준이다.
전국 대비 서울의 아파트매매가격 중간값이 1.9배 수준으로 2배 이하를 유지하다 2017년 2분기 서울의 아파트매매가격 중간값이 전국의 2배로 차이가 벌어지고 2017년 4분기에 매매가격지수도 서울이 전국 수준을 웃돌았다. 이후 전국과 서울의 아파트매매가격 중간값의 폭은 벌어져 2019년 이후엔 2.3~2.4배 수준을 보인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오르니, 자산이 늘어, 소비도 증가한다’는 이론은 현실과 달랐다. 서울연구원은 서울과 6개 광역시 아파트 가격이 가계소비에 비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서울의 지역내총생산 대비 가계 최종소비지출의 비중은 2006년 이후 줄어들어 2016년부터는 답보 상태이다. 2019년 서울의 지역내총생산 대비 가계 최종소비지출 비율은 47.3%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전국과 대비해, 서울에서는 주택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고 서울에 거주하는 가구의 자가보유비중은 전국보다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이들 가구가 미래에 주택구입을 준비하기 위해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가격은 가계소비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파트 가격이 1% 오르면 가계소비는 각각 0.1% 가량 감소했다. 서울 거주 가구가 서울에 있는 주택을 소유하는 비율이 작년 기준 48.6%로 전국 평균보다 낮다. 서울은 주택소유비율이 낮아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 미래에 주택구매를 위해 소비를 줄인다.
서울의 주택 소유비율은 낮은 편이고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자산가치가 올라 소비를 촉진하는 경로보다 미래 주택구매를 위해 소비를 줄이는 경로가 우세하다는 설명이다.
자가가구의 경우라도 차입을 통한 매입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여전히 부채부담을 안고 있다. 부채부담에 비교적 자유로운 자가가구도 더 낮은 가격의 주택매입을 통해 이익 실현을 하지 않는 이상 자산가치의 증가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임차가구는 미래 주택구매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현재 상태에서 저축을 유지해야 하므로 더 많은 소비를 할 여력이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의 상승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가구에 자산가치 증가와 이어지는 소비력 상승효과로 연결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주택시장 안정화를 강조하며 주택매입수요를 가진 중산층을 위해 보완적인 정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처분가능소득 중 저축을 늘리고 소비 비중을 줄인 채 주택구매를 유보하고 전·월세 주택에서의 거주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서울연구원 연구진은 “향후 공급확대가 실현돼 가격이 떨어지거나 대출규제가 완화돼 주택구매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주거 안정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민간 임대주택시장을 구축할 수 있는 제도나 임대시장 조기경보 시스템 등이 보완적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