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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잡초만 뽑아도 좋아”…나무 돌봄에 진심인 사람들
서울시 '나무돌보미' 5만7618명 활동
입력 : 2021-12-17 오후 5:16:3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풀은 어찌나 잘 자라는지 맨날 잡초만 뽑는 것 같아요. 과정은 힘들지만 식물들이 쑥쑥 잘 자라는 모습, 그리고 주민들이 정원주변을 기분좋게 산책하는 모습을 보면 스트레스도 다 잊어요.”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박연숙(54·여)씨는 2018년 당시 스트레스를 제때 해소하지 못해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던 중 아파트 앞에 유휴부지인 아현자연학습장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침 서울시 시민정원사 과정을 수료한 박씨는 공공근로 일자리가 사라진 후 풀밭으로 변해버린 이 곳을 보고 ‘여길 정원으로 가꾸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씨는 곧바로 마포구청에 연락해 서울시 나무돌보미에 지원했고, 아예 관심있는 주민들과 ‘봄봄 마을정원사 모임’을 만들었다.
 
무려 2774㎡에 달하는 땅을 가꾸는 일은 아무리 자발적으로 하더라도 쉽지 않다. 잡초 뽑는 일이 9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손에 흙을 묻히는 일과 눈으로 즐기는 일은 정말 다르다. 그럼에도 10~20명이 꾸준히 참여해, 계절별로 식재 디자인을 달리 하면서 구역마다 허브, 초화류, 야생화 등을 심었다. 
 
주민들의 힘이 하나둘 모이자 풀밭으로만 보이던 땅이 차츰 정원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가까운 어린이집 아이들이 찾아와 꽃 이름을 묻고, 산책하러 나온 주민들도 활동에 관심을 보였다. 그렇게 바뀐 주민들의 ‘공유정원’은 올해 푸른도시 서울상 콘테스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박씨는 “자연의 신비로움에 몰입하면 머리도 되게 맑아지고 잡생각이 없어지면서 개인은 물론 우리 공동체에 치유효과가 있다”며 “나무돌보미 활동을 지금 4년째 하고 있지만 너무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와 같은 나무돌보미 활동은 시민이 직접 가로수와 띠녹지 등을 입양해 관리하는 시민주도 도시녹화사업이다. 2013년 시작된 이후 올 상반기까지 5만7618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입양 수목은 432만9000주에 달한다.
 
가로수는 미세먼지 저감, 도시 열섬현상 완화, 녹지공간 확충, 소음 저감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 나무돌보미는 도시 환경을 효과적·다각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이나 단체 누구나 연중 수시로 신청 가능하며, 나무 또는 가로수 노선을 정한 후 관할 자치구 심사를 거쳐 나무돌보미로 선정된다.
 
나무돌보미 활동은 주로 가뭄철 물주기, 쓰레기 줍기, 가을철 열매 줍기 등 해당 나무·가로수·녹지 현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지역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자원봉사활동시간도 인정받을 수 있다.
 
최윤종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시민들이 직접 도시 녹지와 가로수의 주인이 돼 정성스레 가꿔가는 사업으로, 참가자에겐 우리 지역에 대한 애정을, 서울시민에겐 보다 쾌적한 가로 환경을 선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봄봄 마을정원사 모임이 서울 마포구 아현자연학습장에 나무돌보미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봄봄마을정원사모임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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