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건물 외벽이 무너진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다시 공사현장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과도한 규제로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이라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이번에도 법 처벌을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45분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도중 23~38층 외벽과 구조물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작업자 1명이 경상을 입고, 6명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 아파트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로 사고 직후 곧바로 유병규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포함해 본사 임직원을 현장으로 급파해 현장 수습과 원인 파악에 나섰다. 유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고 책임을 통감한다”라며 “추가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HDC현대산업개발이 법적 처벌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법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사업장 안전사고에 대해 사업주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사고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지 못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는 사업주에 대한 실형까지 선고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법에서 규정하는 중대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로 사망자 1명 이상 내지 6개월 넘게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 2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특히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안전조치 의무 소홀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아울러 건설현장 붕괴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비판하던 산업계 목소리가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고도 콘크리트 갱생 등 안전조치 미흡에 따른 인재라는 결론이 나올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반대 입장은 명분이 약해질 것이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어도 HDC현대산업개발 등 원청업체에 책임을 묻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도급을 수주해 실제 공사를 진행한 개별 기업의 사용자에게 사고의 책임을 묻도록 규정해 원청업체까지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성명을 내고 “재해 발생 시 원청 경영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오전 광주 서구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 현장에서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사과문을 읽고 있다.사진/뉴시스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에도 실제 법 적용을 받는 재해 사업장은 당분간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는 총 828명으로 집계됐고, 이 중 70% 이상은 법 적용이 안되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처벌법 50인 이상 사업장을 우선 적용하고,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 미만의 건설업체는 2024년부터 시행한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재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소규모 사업장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사실상 사각지대가 생겼다는 이야기가 많다”라며 “이에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사고에 이어 7개월 만에 또 다시 비슷한 안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안전관리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이에 건설업계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광주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서 동종업계로서 참 많이 난감한 것이 사실”이라며 “모든 건설사가 지금도 안전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안전부서 권한을 강화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