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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폭스바겐 '유럽선 전기차 한국서 디젤떨이'… 판매 비중 80% 넘어
<뉴스토마토> 3년간 판매실적 분석, 폭스바겐 디젤 비중 타사보다 3~4배 높아
입력 : 2022-01-14 오전 6:00:10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국내 시장에 진출해 있는 독일 완성차 업체 4사의 최근 3년간 디젤차 판매 대수 비중을 비교한 결과 폭스바겐이 81.1%로 아우디(23.3%), BMW(33.0%), 메르세데스-벤츠(21.2%) 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폭스바겐이 유럽과 달리 한국시장에서만 유독 디젤 모델만 출시해 이른바 '디젤차 떨이판매'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13일 <뉴스토마토>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2015년~2021년까지의 7년간 수입차 판매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집계됐다. 무엇보다 폭스바겐은 다른 업체들이 매년 디젤차 판매 비중을 줄여가는 것과 달리 디젤차 판매 비중을 오히려 늘려가는 추세를 보였다. 
 
분석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시장에서 총 4만489대의 차를 판매했다. 이중에 3만2829대가 디젤차다. 비중으로는 81.1%다. 연도별로는 지난해 66.6%로 디젤차 판매 비중이 주춤했지만 2018년 74.0%에서 2019년 95.0%, 2020년 85.1%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래픽 제작=뉴스토마토
반면 아우디는 3년간 6만3058대를 팔았으며, 그 중 1만4681대가 디젤차로 23.3%로 비교적 낮았다. BMW는 16만8253대 중 5만5580대가 디젤차로 33.0%였고, 메르세데스-벤츠는 23만1164대 중 4만8978대가 디젤차로 21.2%에 불과했다. 
 
역시 연도별로 아우디는 2018년 69.4%에서 2020년 38.5%로 떨어진 뒤 지난해에는 18.0%까지 디젤차 비중이 줄었다. 같은 기간 BMW는 61.0%에서 42.6%에 이어 10.2%로 하락했고 메르세데스-벤츠도 35.2%에서 18.4%로 하락한 뒤 지난해 17.1%까지 떨어졌다.
 
결국 국내에서 판매되는 주요 수입차 중 폭스바겐만 판매차 10대 중 8대가 디젤차인 반면 다른 업체들은 2대에서 3대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 비중이 14.1%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폭스바겐은 여전히 디젤차 중심 전략을 펴고 있다는 얘기다.
 
폭스바겐 판매 모델은 골프·아테온·제타·파사트GT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록·티구안·투아렉 등 총 7종이다. 이중 가솔린 모델은 제타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디젤 모델이다. 
 
폭스바겐이 유독 한국에서 디젤차를 고집하는 것에 대해 업계는 수익성 때문으로 분석한다. 환경부가 디젤차의 경우 자동차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 시 유럽기준(WLTP)으로 측정하고 있는데, 폭스바겐 입장에서는 유럽 공장에서 생산된 디젤차를 국내에 바로 출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인증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가솔린 차량은 미국 기준인 CVS-75를 적용한다. 유럽이 아닌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타가 가솔린 모델을 국내에 들여오는 이유다.
 
 
그래픽 제작=뉴스토마토
 
 
전문가들은 대체로 폭스바겐의 한국 시장 영업 방식이 결국에는 수익으로 귀결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심지어 일종의 떨이판매를 통해 한국에서 수익을 거둬가겠다는 폭스바겐의 방식이 한국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행태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의견까지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유럽 외 디젤차 최대 시장이 한국인만큼 디젤차 판매율을 올리면서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장이 한국이다"며 "폭스바겐이 계속 디젤차를 보급하는 건 결국 밀어내기 식으로 판매해 최대한 끝까지 수익률을 끌어내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2015년 9월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디젤게이트)' 후 전 세계에서 탈디젤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수입차에서 디젤차 비중이 2015년 68.8%로 정점을 찍고 이듬해 58.7%, 2017년 47.2%, 2018년 41.0%, 2019년 30.3%, 2020년 27.7% 등 지속 감소한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결과다.
 
무엇보다 폭스바겐은 유럽시장과 한국시장의 판매 전략에서 이중성을 보인다. 한국과 달리 유럽에서 폭스바겐은 전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6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관련 부당 표시·광고행위에 대한 제재 방침을 결정했다. 사진은 당시 공정위가 내놓은 배출가스 부당 표시·광고 내용. 특히 폭스바겐은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에 집중하면서도 유독 한국 시장에서만 디젤차 판매에 열을 올렸다. 13일 <뉴스토마토> 분석 결과 폭스바겐이 지난 3년간 판매한 전체 차량 중 81.1%가 디젤차였다. 사진/뉴시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에서 전기차 비중을 70%로 높이고 2035년에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MEB)을 기반으로 만든 ID 시리즈의 첫 번째 모델 'ID.3'는 테슬라 '모델3', 르노 '조에'와 함께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 1·2위를 다투고 있다. 폭스바겐은 내년까지 27종의 MEB 기반 모델을 선보일 방침이다.
 
반대로 한국시장에서는 디젤차 판매에 당분간 더 열을 올릴 계획이다. 실제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지난해 7월 신형 티구안을 발표하며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내연기관은 향후 10~15년 이상 자동차 시장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디젤 등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와 같이 친환경차로 급속이 추세가 바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만 유독 한국에서 디젤차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이에 대해 폭스바겐측은 앞으로 전기차 등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디젤 엔진 라인업이 많지만 가솔린과 전기차(BEV) 라인업을 도입해 드라이브 트레인을 다양화해 나가겠다"며 "현재 판매 중인 제타와 함께 올해 가솔린 모델인 골프 GTI, 티구안 올스페이스 페이스리프트, 신형 투아렉, 순수 전기차 ID.4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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