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 사진/시그나이트파트너스 홈페이지 캡쳐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유통업계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스타트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을 통해 펀드를 조성하거나, 지분 투자로 유망 스타트업과의 협업 시너지를 꾀하는 모양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2020년 7월 설립 이후 현재까지 3개 펀드를 결성해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중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상생하고 발전하는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는 한편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됐다.
최근에는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투자했다. 중고거래 시장의 고성장세를 반영한 결정으로, 향후 신세계 계열사와의 시너치 창출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에이블리, 휴이노, 만나CEA, 슈퍼키친 등에 투자했고, 해외에는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배달·금융서비스 플랫폼 '그랩'에 투자한 바 있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향후 비대면 관련 리테일테크, 푸드테크,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롯데벤처스를 설립해 스타트업을 키우고 있다. 2016년 롯데엑셀러레이터로 출발, 지난해 벤처캐피털 역할을 강화해 롯데벤처스로 사명을 바꿨다. 설립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재 50억원을 출연하며 '롯데를 망하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업을 찾으라'고 주문한 일화도 유명하다.
롯데벤처스는 롯데 계열 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 현재 13개 펀드를 운용중이다. 특히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엘캠프'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키우고 있다.
GS(078930)그룹도 이달 초 지주회사 GS를 통해 CVC 전문회사 GS벤처스를 설립했다. GS가 자본금 100억원을 전액 출자한 GS벤처스는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바이오, 기후변화대응, 자원순환, 유통, 신에너지 등 신성장분야에 직접 투자할 계획이다.
초기 설립과 자금 유치 단계의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하고, 이후 단계 투자는 그룹 내 계열사와 협력한다는 전략이다. 초대 대표이사로는 지난해 영입한 인수합병(M&A) 전문가 허준녕 부사장을 선임했다.
CJ(001040)의 유통 계열사들은 그룹 CVC인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를 통한 간접 투자와 직접 투자를 동시에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지난해 식품전략기획실에 사내 CVC 뉴 프론티어팀을 신설하고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투자 분야는 주로 대체단백, 건강기능식품, 푸드테크 등으로, 미래사업 발굴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CJ온스타일도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직간접 투자를 확대했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를 포함 외부 VC 펀드에 130억원을 투자했고, 명품, 건강기능식, 리테일테크 관련 회사에도 40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CJ온스타일은 직접 투자를 통해 명품 해외 직구 플랫폼 '애트니' 지분 6%을 확보했고, 건강기능식품회사 '엔라이즈'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또한 가상 사이즈 측정기술 보유기업 '아이딕션'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CJ온스타일의 핵심 카테고리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향후 발전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보고 관련 스타트업을 물색중"이라며 "사업 확장, 신성장 동력 발굴 차원에서 기술력, 사업성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