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한 견본주택에서 예비청약자들이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부동산 시장 분위기 하락이 실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청약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분양 공포가 지방을 넘어 수도권까지 번지면서 급기야 ‘계약금 정액제’나 ‘중도금 유예’ 등 수분양자에게 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분양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 가격 하락이 전 부동산 시자에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몇 단지에서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분양가의 20%였던 계약금을 10%로 낮추고, 한발 더 나아가 실제 계약시 1000만원만 납부하고, 나머지 계약금은 1개월 후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당장 적은 금액으로 계약할 수 있고, 1개월이란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 지난달 31일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경기 ‘광주 탄벌 서희스타힐스 1·2단지’는 계약금 10%를 제시하고 계약 시 1000만원 및 한 달 후 나머지를 납부하도록 안내했다.
여기에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 역시 계약 시 1000만원을 내고 한 달 내 나머지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주택공급에 관란 규칙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계약금을 분양가의 10~20%, 중도금은 60% 이내에서 정할 수 있다.
계약금 정액제 뿐 아니라 중도금 유예 정책도 나오고 있다. 최근 분양하고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는 ‘평택 고덕2차아이파크’ 오피스텔은 중도금(분양가의 50%)을 입주 시까지 납부유예하고 있다. 여기에 중구에 들어서는 고급 오피스텔 ‘버밀리언 남산’은 계약금 10%만 내면 잔금 지불 시기까지 중도금을 유예하는 혜택을 내걸었다. 평당 분양가가 8000만원이 넘어 수요자들에게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자취를 감췄던 계약금 정액제와 중도금 유예 정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청약자들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도입된 가계대출 총량제로 대출한도가 크게 줄었고, 올해 1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적용되면서 DSR이 40%로 제한되면서 대출이 더욱 어려워졌다. 보유 현금이 없으면 아파트를 분양받기 힘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금리 인상 압박도 분양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해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한 데 이어 지난 14일 기준금리 1.25%로 추가 인상했다. 여기에 추가 금리인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대출자 10명 중 1명은 이자비용소득의 5%를 더 써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울러 최근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서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없는 시장이 펼쳐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분양을 받아봐야 주변 시세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무리해서 대출을 받아 주택을 분양받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분양업계는 미분양 확산을 조기에 방지하기 위해 파격적인 금융 혜택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과거보다 미분양 우려가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정부의 대출 규제로 청약자들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분양 주최 입장에서는 일단 계약을 진행시켜야 되는 압박감이 높아 금융 지원에 적극 나서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