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전 세계 산업계의 추세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확대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관련 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에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매출액 상위 300대 기업의 ESG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ESG 경영의 애로 요인에 대한 질문에 'ESG에 대한 전문성 부족'(37.6%), '전문 인력(채용 등) 미비'(10.8%) 등 전문 인력 확보와 관련한 응답의 비율이 총 43.4%로 집계됐다.
그다음의 애로 요인으로는 '모호한 개념에 대한 혼란'(21.5%), '과도한 비용 소요'(16.1%), '낮은 사업 관련성'(5.4%)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특히 대부분 기업은 ESG 관련 기구를 설치 또는 설치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구성원의 업무 경력은 길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ESG 위원회 유무에 대해서는 기업의 88.4%가 설치(64.0%)했거나 설치할 예정(24.4%)이라고 답했고, ESG 전담 부서 유무에 대해서는 설치(71.0%)했거나 설치할 예정(11.6%)이라고 각각 응답했다.
하지만 전담 부서 구성원의 업무 경력 기간은 '2년 이하'(54.1%), '3년~5년'(39.2%)으로 5년 이하인 기업의 비중이 무려 93.3%에 달했고, '5년~10년'이란 응답은 4.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지난해 말부터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에서는 ESG 전략·공시, 환경 분야의 전문 인력 채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은 ESG 중 환경(67.4%)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응답했고, 이어 사회(18.6%), 지배구조(14.0%) 순으로 조사됐다.
또 이번 조사에서 협력사에 ESG 컨설팅 등 ESG 리스크 관리 지원을 실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82.6%가 이미 시행(40.7%)하고 있거나 시행할 예정(41.9%)이라고 응답했다.
ESG 관련 이슈는 기업의 평판 위기관리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만큼 이처럼 주요 기업은 ESG 경영을 위한 컨설팅을 로펌 등으로부터 받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애플리케이션 기반 ESG 교육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다.
법무법인(유) 원이 운영하는 'ESG 센터'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을 상대로 ESG 관련 직무 교육을 진행했다"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온라인·영상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졌는데, 그만큼 기업의 니즈가 긴급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룹사 전체 차원 또는 글로벌 소싱을 담당하는 구매직무계열 등 직무별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던바 존슨 뉴욕타임즈 인터내셔널 사장이 지난해 5월1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한·미 ESG 포럼'에 참석해 'ESG 글로벌 동향과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오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기업은 ESG 공시(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의무화되는 것과 관련해 ESG 관련 비재무정보 공시 규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담당자가 부담을 갖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담당자들은 '부담이다'(62.8%), '매우 큰 부담이다'(9.3%) 등으로 응답했고, 반대로 '부담이 없다'(22.1%), '전혀 부담이 없다'(3.5%) 등의 답변도 나왔다.
비재무정보 공시 준비에 관한 주요 애로사항으로는 '비재무정보 정량화 어려움'(42.9%), '과도한 공개의무 항목 범위'(23.0%), '공시 전문 인력 부족'(16.2%) 등의 이유를 들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