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임금 체계 개선과 휴식권 보장 등을 내용으로 경영진에 대화를 요구한
삼성전자(005930) 노동조합이 다음 주 삼성그룹 내 다른 노조들과 집회를 연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에서도 대화 시도로 합의의 여지는 남겼지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다른 노조들과 함께 투쟁하기로 밝힌 만큼 해당 집회가 파업을 단행할 계기로 작용할지도 주목된다.
17일 노동계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삼성그룹 노동조합 대표단과 함께 오는 23일 오후 4시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 노조는 결의대회에서 삼성그룹이 사실상 무노조 경영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노사협의회를 통한 교섭을 중단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그룹 노조 대표단은 금속노조 삼성지회(삼성물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웰스토리지회, 삼성전자판매지회, 삼성지회씨에스모터스분회,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등 10여개 노조로 구성된다.
지난 16일 기자회견 후 일주일이 지나 진행되는 결의대회에서는 그사이 사측의 대응에 따라 파업과 관련해 논의한 내용이 공개될 수 있다. 특히 공동교섭단은 경영진이 대화를 거부하더라도 단독으로 파업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쟁의권을 행사할 경우 이들 노조가 파업에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아무래도 삼성전자가 교섭하는 과정에 있으므로 관련 사항이 결의대회의 주요 내용이 될 것으로 본다"며 "노사협의회가 임금을 결정해버리고, 노동조합 기능 자체를 무력화·축소하려는 것에 대해 전반적으로 항의하고 규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교섭단은 지난 16일 오전 11시 같은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최고경영진과 노조 간의 대화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지금 삼성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자체가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단순히 삼성전자에서 파업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결국은 모든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연대해서 총투쟁을 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그것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공동교섭단은 창사 이래 최초로 지난해 8월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공동교섭단은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삼성전자에 설립된 4개 노조로 구성된다.
이후 그해 10월부터 5개월간 총 15회에 걸쳐 임금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공동교섭단은 지난 4일 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했다. 하지만 중노위는 노사 간 견해 차가 너무 크다고 판단해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조정중지를 결정했다.
중노위 조정회의에서 공동교섭단은 계약 연봉 정액 인상과 성과급 지급 기준 마련을 전제로 한 인상 수준 조정안, 포괄임금제·임금피크제 폐지 요구안, 육아휴직·유급휴일 추가 요구안 등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