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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세 어린이 오미크론 겪어보니…가정상비약 '필수'
만 5세 미만에만 주는 건강관리세트, 뒤늦은 배달에 '무용지물'
입력 : 2022-02-22 오전 6:00:35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만 7세와 만 4세(53개월) 자녀 둘이 나란히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자녀들의 코로나19 진행 증상과 경과, 보건소 대응문자 등을 중심으로 기자의 경험을 공유한다. 자녀와 가족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혼란스러워 할 이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지난 15일 화요일. 가족 중 한 명이 자가진단 키트 결과 '양성'이 나왔다고 알려왔다. 곧바로 유치원서 남매를 데려왔다. 주말 내내 붙어있었으니 가족 전체 감염은 확실해 보였다. 가족 내 최초 확진자는 다음날인 16일 수요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17일 목요일 오전 10시쯤 **보건소로부터 '1일차 검사·해제 전 검사용' 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 '코로나19 확진자 동거가족으로,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PCR 검사 대상이니 선별진료소에 방문해 검사하라'는 내용이었다. 
 
17일 PCR검사 후 확진 판정…만 4세 아이, 고열 시작
 
PCR 검사 대상이라는 문자를 받아들고, 인근 대학병원의 선별검사소에 갔다. 그곳에선 "우리 병원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일반 수가를 받으니 근처 다른 선별진료소로 가라"고 했다. 다시 다른 곳으로 향했다. 17일 오후 1시30분경 검사를 완료했다. 이날 오후, 만 4세 아이는 좋아하던 레고 조립도 하는둥 마는둥 하더니 이내 낮잠을 잤다. 낮잠을 자고 초저녁에 일어난 아이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37.8도였다. 저녁을 먹이는데 힘없이 먹는 모습에 다시 열을 재보니 38.7도였다. 코로나19임을 직감했다. 저녁 8시 이부프로펜 계열의 해열제를 투약했다. 
 
18일(확진 1일차) : 보건소에서 인적사항·격리일정 전화로 알려와
 
18일 새벽 3시40분경 둘째 아이가 소변이 마렵다며 깼다. 벌건 얼굴에 다시 열을 재보니 39.2도. 다시 해열제를 먹였다. 토닥이며 핸드폰을 들추는데, 17일 밤 10시36분 양천보건소로부터 자녀 2명의 양성 판정 문자가 와있었다. 놀랍게도 기자는 음성이었다. 둘째는 한참을 자지 못하고 뒤척였다. 어린이 오미크론 증상에 관련된 온갖 기사들을 검색하다 오미크론이 상기도에 집중돼 어른의 위중증 진행률은 낮지만, 영유아의 경우 호흡곤란이 올 수 있다는 내용을 발견하고 예의주시했다. 
 
오전 9시50분, 둘째에게 다시 해열제를 먹였다. 어지럽다고 했다. 이날 아침부터는 만 7세인 첫째가 가래 낀 기침 소리를 냈다. '목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콧물 기침 약을 먹였다. 이날 오후 두시 보건소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린이들의 간단한 인적사항과 격리 및 해제 일정을 안내했다. 기자는 가족 내 최초 확진자가 격리해제 되기 하루 전날에 PCR검사를 받으라고 했고, 추후에 확진되더라도 미접종 어린이는 따로 격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어린이 중 한 명이 만 5세 미만이라 영유아용 재택키트가 배달되는데, 워낙 밀려서 언제 배달될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열이 나는데 진료를 받으러 갈 수 있냐고 물었지만 확진자는 비대면 진료를 받아야 한단다. 그러면서 "재택치료팀에서 전화가 갈 거다. 자세한 건 거기에 묻는 게 낫다"고 했다.
 
이날 오후 5시 둘째 아이는 다시 해열제를 먹어야 했다. 오한까지는 아니지만 춥다고 했다. 이후 저녁밥을 먹다 한 순간, 하루 동안 먹은 모든 음식을 토해냈다. 정상은 아니었다. 첫째 아이는 밤부터 콧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기침약과 코프시럽을 먹였다. 
 
19일(확진 2일차) : 소아용 건강관리 세트 배달
 
19일 오전 둘째 아이는 다시 해열제를 먹어야 했지만 간밤에 열은 오르지 않았다. 발열간격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경 보건소에서 나왔다는 벨소리와 함께 '소아용 건강관리세트'가 배달됐다. 소아용 건강관리세트에는 △짜먹는 어린이 해열제 △자가검사 키트 4매 △종합감기약 △겨드랑이 측정 체온계 가 들어있었다. 소아 재택치료 대상자를 위한 생활수칙과 함께 '본인 지정병원'이라는 병원 두군데와 보건소 재택치료반 유선전화, 핸드폰 번호가 적혀있었다. 
 
자녀 확진 후 2일만에 배달된 소아용 건강관리 세트. 사진/뉴스토마토
 
20일(확진 3일차)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증상 없어…상비약 필수
 
20일 이후 현재까지 자녀 둘에게 추가 증상은 없다. 발열이 심했던 둘째는 총 네 차례의 해열제 투약후 발열이 멈췄고, 첫째는 이틀 가량 기침·가래를 동반한 콧물 증상을 보였다. 운좋게도 큰 어려움 없이 코로나19가 지나가는 듯하다. 5일째 되는 현재까지 재택치료팀의 연락은 없다.
 
건강관리세트 사실상 '무용지물'…영유아 대상 광범위·보편적 지원 필요
 
가족의 확진 판정을 받고 비대면 의료 앱을 설치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자치단체마다 사정은 다를 수 있겠지만 확진 이후 건강관리세트 배달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건강관리세트가 배달 됐을 즈음 아이들의 증상은 막바지였다. 기존에 사놓은 상비약으로 버텨낸 것이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정부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 5세를 기점으로 건강관리키트를 배부하는 것도 납득되지 않는 부분 중 하나다.
 
뒤늦게 건강관리세트를 배달하는 것보다 차라리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영유아 교육기관이나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상비약 키트를 배포해, 확진 이전에 가정에서 미리 대응하게 하는 편이 더 나았겠다는 생각이다. 백신 접종으로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있는 어른들과 달리 영유아의 경우 맨몸으로 코로나19를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대응체계는 좀 더 광범위하고 보편적이어야 한다.
 
가장 헷갈렸던 것은 격리기간이다. 가족들이 순차적으로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극히 혼란스럽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추가로 확진된 다른 식구들과 상관 없이 가족 내에 최초 확진자 격리기간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 3차 접종을 완료한 기자의 경우 가족 내 최초 확진자가 생겨나고 이틀 후 자녀들의 확진이 이어졌다. 가족 중 기자만 유일하게 음성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최초확진자의 격리가 해제되기 하루 전 PCR검사를 통해 음성이 나오면 수동감시대상자에서 해제된다.  
 
영유아가 있는 가정이라면 해열제와 종합감기약을 두 통 가량씩 확보해두는 것이 좋겠다. 비대면 진료 앱을 미리 깔아두고, 이용방법을 숙지해두자. 코로나19 바이러스 침투는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옮길 수 있고 감염될 수 있다. 자녀 및 가족의 코로나19 확진에 대비해 스스로 준비하고, 먼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만이 코로나19에 맞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코로나19 정점은 아직 오직 않았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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