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과 CJ대한통운택배 대리점연합이 첫 공식 대화를 가졌다. (사진=심수진 기자)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의 총파업이 58일째를 맞는 가운데 노조와 CJ대한통운택배 대리점연합이 처음으로 공식 대화에 나섰다. 택배노사는 파업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상호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대리점연합이 노조측의 요구안을 검토한 후 대화를 속개할 예정이다.
2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전국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택배 대리점연합이 공식 만남을 가졌다. 양측이 공식적으로 대화에 나선 것은 지난해 12월28일 택배노조의 총파업 돌입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이날 대화는 대리점연합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전일 대리점연합은 입장문을 통해 "고용노동부가 밝힌 대로 택배기사의 사용자는 대리점"이라며 "진짜 대화를 원한다면 '진짜 사용자'인 대리점과 만나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현장에는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과 김태완 수석부위원장, 유성욱 CJ대한통운본부 본부장, 남희정 택배노조 서울지부장, 황성욱 택배노조 경남지부장, 선창길 택배노조 광주전남지부장 등 6인, 대리점연합측은 김종철 CJ대한통운택배 대리점연합 회장을 비롯한 5인이 참석했다.
첫 공식 대화는 30분 만에 종결됐다. 양측은 △진전성 있는 대화를 통해 파업 상황을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상호 노력하고 △대리점연합이 노조의 요구안을 검토한 후 대화를 속개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빠르면 이날 저녁에라도 대화를 속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오늘은 첫 만남으로, 그동안 양측이 공식 대화를 한적이 없었다"며 "오늘 전달한 요구안을 대리점연합이 검토해서 실질적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과 CJ대한통운택배 대리점연합의 첫 공식 대화 이후 김종철 대리점연합 회장이 공동합의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심수진 기자)
앞서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그동안 택배노조와 대리점연합회는 비공개 회동을 통해 진솔한 의견이 교환됐고 서로 더이상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며 "CJ대한통운 본사에서도 대리점연합과 노조의 교섭을 환영하고 적극 지원한다는 조건 밝힌 가운데, 말뿐 아니라 실질적 조치로 이어져 파업 사태가 해결되는 밑거름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일부 택배기사에 대한 논의도 추후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대리점연합은 쟁의권 없이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약 80명을 대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바 있다.
김종철 CJ대한통운택배 대리점연합 회장은 "계약해지는 원청과도 논의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오늘 전달 받은 요구안을 검토한 후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다시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원청인 CJ대한통운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노조측은 CJ대한통운 본사와의 대화를 끊임없이 요청했지만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의 직접 사용자인 대리점과 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택배업계는 택배사가 대리점주, 고객사, 화주와 계약을 맺고, 대리점이 택배기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법이 인정하는 사용자인 대리점측과 대화한다는 택배노조의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사측은 그러면서도 "그러나 현재 본사 점거와 어제 있었던 곤지암허브터미널 운송방해와 같은 불법, 폭력행위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