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자본잠식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지나인제약(078650)이 자금조달에 수차례 실패하면서 상장폐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반기 보고서에서 관리종목에 지정됐던 만큼 이번 감사보고서에서 자본잠식이 계속될 경우 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른 상장폐지 사유가 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나인제약은 최근 페이홀딩스 컴퍼니를 대상으로 발행하려했던 1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미발행 처리했다. 납입일인 지난 25일까지 페이홀딩스 컴퍼니가 CB 납입금액을 전부 미납했기 때문이다. 이번 CB발행 무산으로 지나인제약은 지난해 12월부터 5차례나 자금조달에 실패했다.
(표=뉴스토마토)
앞서 지나인제약은 지난해 메리츠증권을 대상으로 14회차(50억3000만원), 15차(50억3000만원), 16회차(40억4000만원) 총 141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려했으나, 해당 CB들 역시 메리츠증권의 납입금 미납으로 발행이 무산됐다. 또 지나인제약은 사이프러스파트너스 외 2인을 대상으로 1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려했으나 유증 역시 납입금 미납으로 발행이 무산됐다.
지나인제약은 지난해 반기보고서에서 자기자본 대비 50% 이상의 자본잠식률이 확인되면서 지난해 8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작년 상반기 기준 자본잠식률은 91.9%에 달했으며, 지난해 3분기에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해 11월 20 대 1의 무상감자를 진행하며 자본금을 374억원에서 19억원으로 낮췄지만, 자금조달에 연이어 실패하면서 자본잠식 위기가 여전한 상황이다.
지나인제약이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회사의 자금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턴 운영자금의 부족으로 대출 원리금도 갚지 못하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이달 21일까지 연체된 대출 원금과 이자만 총 213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046.25%에 달한다.
연이은 자금조달 실패는 지나인제약이 추진 중인 백신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나인제약은 지난해 7월 중국 시노팜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생산 및 국내외 판매 독점권을 확보했다. 당시 지나인제약은 시노팜 백신의 해외 판매 및 국내 생산 관련 긴급 사용승인을 신청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품목허가 등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모더나와 화이자 등 국내 허가 백신 물량이 부족하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률은 90%를 바라보고 있어 사업성에 대한 전망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번 감사보고서에서 자본잠식을 해소하더라도 관리종목 위험은 지속될 수 있다. 최근 지나인제약의 본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규정에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인제약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휴대폰용 카메라 렌즈다. 작년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97.94%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670억원에 달했던 삼성전자향 매출은 2020년 404억원으로 쪼그라들었으며, 지난해 3분기 누적매출은 204억원에 불과했다.
당기순손실은 지난 2019년 87억원에서 2020년 455억원으로 급증 자본총계 207억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작년 3분기 누적 순손실은 319억원이다. 올해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넘어설 경우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 해당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B 인수자들이 수차례 납입금을 미납했다는 것은 CB의 조건이 맞지 않았거나 해당 CB투자에 대한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자본잠식과 법인세비용차감전 손익 등 상장폐지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