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최근 부동산 시장 하락장이 본격화되면서 한 때 열풍을 일으켰던 ‘갭투자’ 열기도 가라앉는 분위기다.
갭투자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의 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기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이다. 이 때문에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단기간 매매가격 상승장이 펼쳐지지 않는다면 투자 가치도 하락하게 된다.
10일 아파트 실거래가 사이트 ‘아실’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갭투자 1위 지역은 강원도 원주시로 갭투자 건수는 33건(전체 492건 중 7.3%)을 기록했다. 이어 충북 충주시에서 31건,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서 28건의 갭투자가 발생하며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어 1위부터 10위까지 갭투자 건수를 모두 합치면 26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 1월 전국 갭투자 1위 지역은 경남 김해시로 69건을 기록했다. 이어 경기 평택시에서 56건, 충남 천안시 서북구에서 47건 등이다. 1위부터 10위 지역 갭투자 건수를 모두 합치면 474건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1위부터 10위 지역 갭투자 건수는 총 693건이다.
시간이 갈수록 전국 갭투자 열풍이 하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갭투자 열풍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8월로 경남 김해시에서만 한 달에 322건(전체 1668건 중 19.3%)의 갭투자가 발생해 1위를 차지했다. 특히 1위부터 10위 지역까지 갭투자 건수를 모두 합치면 1814건에 달한다. 월별로 1위 지역에서 갭투자 비율도 점차 하락하는 모습이다.
갭투자 분위기 하락은 최근 주택 가격 하락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매가격 상승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 갭투자다. 그러니 매매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는 하락장에서 굳이 갭투자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최근에는 ‘깡통전세’ 등 역전세난이 우려될 정도로 매매가격 하락세가 거세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인 ‘전세가율’이 두 달 연속 오르면서 갭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해 11월 54.48%에서 12월 54.54%로 올랐고, 지난달 54.59%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도 지난해 12월 65.91%에서 1월 66.01%로 올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세가율이 높아도 가격 상승 기대감이 높은 상승장에서만 갭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세가율이 높은 원인으로 전세가격 상승도 있지만, 매매가격 하락으로 전세가율이 높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전세금을 많이 받아놓고 다른 곳에 사용한 이후 나중에 집값이 크게 하락하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우려가 높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갭투자는 보통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안 날 때 거래가 많이 이뤄진다. 보통 매매가는 내려가고 임대가는 고공행진 할 때 갭투자가 많이 일어난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지금 갭투자를 안하는 것은 아니 당장 가격이 오르지 않을 거라는 전망과 현재 사세가 낮지 않다는 판단이 공유되면서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고 있고, 이로 인해 대표적인 투자 방식인 갭투자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런 분위기는 대선 이후에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