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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여성 현실' 외면하면 국민통합 어렵다
입력 : 2022-03-16 오전 6:00:00
윤석열 당선인의 '젠더 갈라치기' 정책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 찬반이 극렬하게 나뉘고 있지만, 윤 당선인은 여가부 폐지 공약을 지키겠다며 쐐기를 박았다. 여기에 더해 공정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이유를 대며 여성할당제를 없애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공약 중에는 성범죄 무고죄 강화도 있었다. 대선 직후 여성단체연합은 윤 당선인을 향해 이러한 공약 폐지를 요청했지만, 윤 당선인은 이에 응답하지 않았다.
 
대통령 당선 이후 일주일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선거 기간 분열된 모습은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성 대다수가 윤 당선인에게 등을 돌리게 만든 원인을 끝까지 끌고 가는 고집을 보이기 때문이다. 갈등은 격화돼 이제는 여성단체연합과 일부 보수 여성단체들이 대립하는 모습까지 등장했다. 윤 당선인 측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이견을 드러내며 당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모습이다. 온라인상에서는 1번과 2번 등 투표 숫자로 서로를 부르며 원색적인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 곳곳이 싸움터가 된 것이다.
 
이 같은 분열은 이미 예고된 바 있다. 대선 다음 날,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당장 지지층을 집결시키기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 젠더갈등을 풀어나가는 방향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공약으로 내걸기는 했지만, 이 기조 그대로 유지하면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서게 될 것”이라며 사회 갈등을 우려했다. 한편에서는 청년실업 문제, 집값 등 해결해야 문제가 산더미지만 오히려 국민들끼리 대립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성불평등이 심한 나라로 여겨지고 있다. 윤 당선인이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는 듯 보이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점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한국의 ‘유리천장지수’는 10년 연속 OECD 국가 29개 중 꼴찌였다. 유리천장은 여성이 조직 내에서 일정 서열 이상 오르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의미한다. 직장인이라면 회사 내 여성 임원진이 몇이나 되는지, 대학생이라면 여성 교수님이 몇이나 되는지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한국 여성들은 보이지 않는 구조의 압박에 눌려 위로 올라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다만,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까지 두 달여간의 시간이 남은 만큼 아직까지 변화의 여지는 존재한다. 윤 당선인은 당선 인사에서 “오직 국민만 보고 국민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국민통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국민은 지지 세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윤 당선인이 한국 여성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걸맞은 행보를 해야 하는 이유다. 대다수 여성 유권자들이 외면한 공약을 고집한다면 통합의 길은 멀어질 것이다.
  
조승진 사회부 기자
 
조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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