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매년 일정금액을 내고 사용하는 구독 형태의 옵션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이미 장착된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차단하고 사용료를 내야 풀어주는 식의 상품도 나와 소비자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는 플래그십 전기 세단 EQS에 적용된 후륜조향시스템 '리어 액슬 스티어링' 기능을 구독상품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독일, 이탈리아에서 테스트베드 성격으로 시범 운영되고 있는데 1년 사용료는 489유로(약 67만원), 3년은 1169유로(160만원)다. 벤츠는 향후 적용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더 뉴 EQS.(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EQS는 기본 4.5도 각도로 뒷바퀴가 회전한다. 사용료를 지불하면 최대 10도까지 가능하게 했다. EQS는 길이가 5216㎜, 전폭 1926㎜인 대형세단으로 회전 반경이 클 수밖에 없다. 뒷바퀴 조향을 통해 좁은 공간에서도 회전을 가능하게 도와 운전자에게는 유용한 기능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미 장착된 장치를 돈을 내고 사용해야 한다는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추가적인 기능을 구독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을 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기능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국내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에는 '이미 돈 주고 산 하드웨어에 대한 제어를 구독으로 파는 건 기만행위', '심리적으로 굉장히 거부감이 드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벤츠에 앞서 옵션을 구독 상품으로 파는 완성차 업체들은 존재했다. 테슬라의 경우 지난해 월 구독 형태의 완전자율주행(FSD) 옵션을 내놓았다. 테슬라는 모든 차량에 오토파일럿을 기본 탑재시키고 있다. FSD는 여기에 자동 차선변경과 신호등 인식 등의 기능을 추가 제공한다. 소비자는 1만2000달러(약 1489만원)를 내고 평생 FSD를 이용하거나 매달 199달러(24만원)를 내면서 사용할 수 있다.
테슬라의 경우 소프트웨어 기능을 구독 상품으로 출시해 기능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로 차단한 벤츠와는 성격이 다르다. 일각에선 지속적인 인프라나 개발비용이 필요 없는 기능에 대해 매년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벤츠 코리아 측은 "옵션 자체가 후륜조향 각도를 확대하려면 기계적인 부품과 소프트웨어가 결합돼야 작동이 된다"며 "좀 더 스포티한 주행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게 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 차량을 주문할 때 회전각 10도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 뉴 EQS 인테리어.(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벤츠 코리아도 리어 액슬 스티어링 구독 상품을 이르면 연내 출시할 방침이다. 현재 벤츠 코리아는 온라인으로 차량의 디지털 서비스를 판매하는 '메르세데스 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리모트 파킹 어시스트(1년 7만5000원), 온라인 지도 업데이트(15만원) 등 차량에 따른 옵션을 판매 중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옵션을 스마트폰 앱처럼 구입하도록 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완성차 업체들은 모든 기능을 활성화해 출고하면 신차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소프트웨어 옵션을 통해 안전·편의장치 성능을 극대화하는 건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소비자는 만족도를 높이고 업체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아직 자동차 소프트웨어 구입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습관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가 핵심이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브레이크 기능부터 주행거리 설정, 배터리 용량 조작, 운전자 보조 기능 개선 등 폭넓은 업데이트가 가능해지기 떄문이다. 결국 하드웨어 중심이던 자동차의 가치가 소프트웨어로 중요성이 이동해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으로 확대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