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된 가운데 이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형식적으로 기업 중심의 주총이 이뤄지던 때와 달리 기업들도, 주주들도 분주하다. 주주행동주의 움직임이 커지면서 소액주주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행동주의란 주주들이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에 주력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부실 책임을 추궁하고,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소액주주들의 이 같은 반란에는 이유가 있다. 물적분할 등 주주가치 훼손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아무런 보호책도 대책 마련도 되지 않자 소액주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주주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주주 중심주의를 확립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날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주주 환원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업들은 주총을 앞두고 급하게 '배당 확대'를 통한 주주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특히 지배구조 관련 이슈가 있거나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장사들이 배당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카카오는 상장 후 처음으로 중장기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다. 향후 3년간 별도 기준 잉여현금흐름의 15~30%를 재원으로 이 중 5%를 현금배당, 10~25%를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16일 정기 주총에서 주가 부진과 게임 최적화 서비스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주주 달래기에 힘썼다. 주주환원 책으로 2021년 기준으로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국내 증시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주주 운동 '세이브 코스피(Save Kospi)'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세이브 코스피는 주주와 기업, 정책관계자의 공통의 인식제고를 통해 한국 증시 가치를 높이겠다는 목표로 진행되는 주주 운동이다.
세이브 코스피는 일반 개인, 크리에이터, 기업관계자 등 지지자들의 한국 증시 제도 개선 의견을 수렴해 주주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개혁 청원문을 만들어 주요 기업이나 청와대 청원을 통해 제도개혁을 이끌어내는 프로젝트다. 세이브코스피는 8대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청와대 국민 청원 개설 후 현재 동의자가 3만5000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주주들의 주도적인 움직임은 국내 증시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주주들은 권익을 보호받고, 기업은 경영성의 투명성 제고를 통한 투자자들의 신뢰 확보가 가능하다. 주주환원, 주주 중심의 분위기가 긍정적 신호탄이 돼 천만 동학개미 시대에 소액주주들의 권리가 보호되고, 상장사와 개미들의 상생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
김연지 기자 softpaper6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