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내 산업계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도입과 그에 따른 투자가 확대하면서 주요 대기업은 자사뿐만 아니라 협력사 또는 다른 업체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지원해 동참을 유도하고, 다른 업종과의 협업으로 효율적이면서도 통합적인 경영 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한 취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2013년부터 분기별로 협력사 신입사원 입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교육에는 지난해까지 총 178개사에서 2257명의 신입사원이 참여했고,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2020년부터는 비대면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온라인 교육의 실재감을 높이고 교육 몰입과 참여를 강화하기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을 활용해 삼성전자의 협력사 전용 연수원인 '상생협력아카데미'를 메타버스로 구현한 '상생협력타운'에서 교육이 진행된다.
지난 2013년 설립된 '상생협력아카데미'는 협력사 신입사원 입문 교육 외에도 차세대·혁신·제조·품질·구매 등과 관련한 리더 양성 교육, 리더십·가치 혁신·ICT 융합·품질·반도체 등과 관련한 5대 핵심 역량 교육, 환경안전·공정거래·ESG와 관련한 준법·정도 교육 등 신입사원부터 최고경영자까지 참여할 수 있는 500여개의 온·오프라인 교육을 무상으로 지원한다.
지난 14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상생협력아카데미’에서 '2022 협력회사 신입사원 입문 교육' 1차 과정이 메타버스를 활용한 실시간 비대면 교육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LG전자(066570)는 2017년부터 매년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안전 관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는 노동·보건·환경·윤리 분야를 추가해 교육 범위를 ESG 전 영역으로 확대했다.
왕철민 LG전자 구매·SCM경영센터장 전무는 "협력사의 ESG 역량을 높여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상생을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지원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011070)은 올해부터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 컨설팅을 새롭게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예산·인력 부족으로 ESG 관리 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돕는다. LG이노텍은 전문가를 통한 ESG 역량 진단과 개선 방안, 전문 교육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LS전선은 협력사를 위해 ESG 경영 기준 정립,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한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협력사 간담회를 진행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고충을 상담하는 제도도 운영한다.
GS칼텍스는 협력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관련한 ESG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2010년부터 운영한 CSR위원회를 지난해 ESG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ESG 경영 실현을 위해 협력사가 스스로 ESG 항목을 점검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2019년에는 협력사 맞춤형 ESG 자가 점검 모델도 개발했다. 아울러 필요하면 전문기관과 연계한 ESG 컨설팅도 협력사에 제공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협력사가 거의 중소기업인 만큼 품질이나 안전과 관련한 인력을 별도로 둘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거나 관리 시스템 자체가 없기도 하다"며 "현재는 ESG 부분의 시스템을 구축·지원하고 있고, 사업 부문별 활동을 앞으로 체계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hy 본사에서 열린 '저탄소 순환경제 실천을 위한 MOU 체결식에서 김병진 hy 대표이사(왼쪽)와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가 사진 촬영하고 있다. (사진=hy)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1일 hy와 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금호석유화학은 hy가 생산하는 야쿠르트 등 폐플라스틱 음료 용기를 합성수지 제품인 PCR PS(Post Customer Recycled PS)의 원료로 활용한다.
이러한 재활용으로 생산된 제품은 국내 대형 가전 기업의 에어컨, 냉장고, 청소기, 공기청정기 등의 신규 라인업 제품에 사용될 예정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를 위해 고객 가전업체와의 제품 테스트를 최근 마무리했고, 앞으로 재활용 제품을 통한 기업 간 ESG 경영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는 "양사가 함께 효율적 자원 활용을 통한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점을 환영한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ESG 정책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건설업계 최초로 협력사에 ESG 안전 보건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신용평가사와 연계해 안전경영·안전관리·안전성과 등 4가지 평가 항목을 진단한 후 안전 역량을 1등급~7등급으로 평가하는 제도다. 평가 결과는 협력사 입찰 단계부터 활용돼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을 줄이도록 한다.
또 롯데중앙연구소 안전센터는 오는 8월까지 협력사를 대상으로 상생 교육 프로그램 '롯데식품안전아카데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개정 정책과 법규, 이물 관리, 식품공전에 대한 이해 등 실무에 접목할 수 있는 주제로 마련됐다.
GS리테일(007070)은 ESG 경영의 하나로 지난달 16일 함께일하는재단, ㈜언더독스와 함께 '에코 소셜임팩트 프로젝트'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에코 소셜임팩트 프로젝트'는 GS리테일이 2017년부터 시작한 사회 공헌 활동으로, 지속 가능한 환경 제조 분야에서 사회적 경제 기업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 창업자 또는 초기 창업 기업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다양한 분야에서 확산하는 비건(Vegan) 트렌드에 앞장서고, ESG 경영에 속도를 내기 위해 농심그룹 계열사 태경농산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비건 상품 공동 개발과 신규 시장 개척 △판매 활성화를 위한 프로모션과 마케팅 활동 강화 △트렌드와 정보 공유 등을 내용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정해훈·신태현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