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학교폭력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다행스러운 결과에도 가슴을 쓸어내릴 순 없었다. 직접적으로 가하는 대면 폭력이 줄어든 대신 사이버 폭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1.1%로 코로나19 전인 1.6%와 비교하면 0.5%p 줄었다. 반면 이 기간 사이버 폭력은 8.6%에서 9.8%로 1.2%p 증가했다. 원격수업이 이어지면서 학교 밖 폭력도 24.3%에서 41.6%로 급증했다.
수년 전부터 증가해온 사이버 폭력이 코로나19를 만나 더욱 심화했음에도 이에 대한 법·제도 마련은 여전히 더디다. 2012년 3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제2조(정의) 제1의3호에 '사이버 따돌림'을 학교폭력의 유형 중 하나로 추가한 정도다. 하지만 사이버 폭력에는 따돌림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다양한 형태의 피해 상황에 적용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여러 지적을 받아들여 최근 학교폭력 대응 강화책을 마련하고, 가해자는 사이버 공간에서도 피해자와 접촉할 수 없다는 내용을 명문화했다. 이밖에 관련 법을 더 개정한다는 계획이지만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풀어야 할 숙제는 법·제도 개선 뿐만이 아니다. 사이버 폭력을 비롯한 학교폭력 업무 전담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특히 사이버 폭력은 예방이 중요한데, 예방 교육을 할 인력이 부족하다. 현재 각 학교에는 지난해부터 지역교육청으로 이관된 학교폭력심의위원회와 소통하는 학교폭력 업무 담당교사가 배치돼 있으나 이들은 예방 교육보단 발생 사건 처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학교폭력을 전담하는 경찰관 수 또한 턱없이 모자라다. 지난해 기준 전국 시·도 경찰서의 학교전담 경찰관 수는 1020명으로 정원 1122명을 채우지 못했다. 경찰 1명이 학생 5200여명을 담당해야 하는 수준이다.
대응책 마련이 늦어지고 인력 부족이 계속되는 사이 사이버 폭력의 수법은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단체 대화방에서 특정 학생에 욕설을 퍼붓는 '떼카', 대화방에 초대한 뒤 한꺼번에 퇴장해버리는 '방폭' 등이 대표적이다. 피해자가 대화방을 나가도 계속해서 초대해 괴롭힘을 가해 나온 '카톡 감옥'이라는 말은 이미 친숙하다. 씁쓸한 일이다.
이밖에 게임 머니 갈취, 강제로 데이터를 빼앗아 쓰는 '와이파이 셔틀' 같은 사례도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또래에게 협박당하고 조롱을 받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피해 학생 소식도 종종 들린다.
물론 법과 제도를 새로 만들고 인력을 확충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도 어딘가에서 사이버 폭력에 시달릴 학생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는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이미 오래 전부터 문제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피해자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서두를 때다.
김지영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