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인가 1년 한국IMC증권, '시장조성자 재개' 오매불망…허송세월 어쩌나
지난해 89억 순손실…직원도 이탈 19→15명
입력 : 2022-03-3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불완전한 자본시장 제도로 국내에 들어온 지 갓 1년된 한국IMC증권이 사업을 지속하지 못할 어려움에 처했다. IMC증권은 초단타매매를 통해 수익을 내는 네덜란드계 증권사로 한국거래소가 시장조성자 제도 활성화를 위해 한국에 적극 유치한 곳이다. 하지만 들어온 지 6개월 만에 시장조성자 제도는 잠정 중단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약 4년 만에 국내에 들어온 외국계 금융투자업자가 제도의 불완전성으로 피해를 본 사례라고 평가하며, 국내 제도의 경직성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지닌 증권사들의 국내 진입을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사이트에 따르면 한국IMC증권의 작년 한해 당기순손실과 영업손실은 약 89억원이다. 영업수익이 10억6400만원 났으며, 비용은 99억7600만원이 들어 결과적으로 적자를 봤다.
 
한국IMC증권이 적자를 본 이유는 한국에서 하려던 시장조성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IMC증권은 알고리즘 트레이딩 시스템을 통해 전문적으로 초단타거래를 하고 시장조성자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외국계 증권사다. 전세계 거래소에서 시장조성 업무 전담 증권사로 활약하고 있으며 미국 뉴욕거래소 최대 시장 조성자 중 하나다.
 
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에서도 국내 시장조성자 제도 활성화를 위해 IMC증권 유치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시장조성자 제도란 거래 부진 종목에 대해 시장조성자로 지정된 증권사들이 매수·매도 가격을 촘촘하게 제시해 가격 형성을 주도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제도다. 제도는 2017년부터 시행됐지만 제도가 익숙하지 않은 국내 증권사들이 여러 불확실성을 이유로 참여를 주저하자 거래소 입장에선 큰 외국계 증권사를 들여와 판을 키우자는 판단이었던 것이다. 국내에서는 초단타매매가 시장 교란이 아니냔 인식이 남아있지만, 미국 등 선진 자본시장에선 주요한 투자 기법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IMC증권처럼 전문으로 하는 증권사도 많다.
 
금융당국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지사 출범 당시 상당한 기대를 모았으며, 금융감독원과 거래소 직원이 한명씩 이직하기도 했다. 그렇게 IMC증권은 작년 1월 예비 인허가를 거쳐 4월 본허가까지 받았다. 
 
표=뉴스토마토
하지만 본인가를 받기 전부터 '철수 검토' 이야기가 나오는 등 IMC증권의 한국 진출은 순탄치 않았다. IMC증권이 예비인가를 받은 작년 초, 국내에선 시장조성자 거래세 면제 혜택이 축소되는 정책적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장조성자의 대형주 거래세 면제 혜택 제외 방침을 밝히자 IMC증권은 사업성과 수익성을 재검토한 것으로 알려진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국내 시장조성자 제도가 파행으로 치달으며 사실상 IMC증권은 시범 업무 외에 본격적인 시장조성 업무에 참여하지도 못하게 됐다. 금감원이 시장조성자로 지정된 증권사 중 9곳에 '반복적인 호가 정정취소 등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이유로 480억원의 과징금을 통보하면서 거래소가 지정 증권사들의 시장조성 의무를 면제해줬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조성 업무는 잠정 중단됐으며, 과징금 안건은 증권선물위원회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국내 제도의 불완전함으로 외국계 증권사가 피해를 본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IMC증권은 시장조성자 업무와 관련한 라이선스만 받은 상태기 때문에 사실상 비즈니스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감독당국에서 시장조성업루를 불법으로 간주할 수 있단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빨리 해결돼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성자 외 다른 사업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에서 금융업 인가를 받는 건 단기간에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측도 추가 인가 등과 관련한 IMC 측 문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통 외국계 증권사는 작은 단위의 인가부터 받아 한국지사를 차린 뒤 사업성이나 수익성을 판단해 확장 여부를 판단하는데 IMC증권은 특성상 다른 사업 인가를 받기도 애매해 시장조성자 제도 정상화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