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국내 전기버스와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전기버스는 국내 업체보다 절반 가량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판매량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고 국내에서 판매 중인 초소형 전기차는 대부분 중국산 플랫폼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버스 판매량 1275대 중 중국 브랜드는 480대로 37.6%의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그래픽=뉴스토마토)
중국 전기버스는 2019년 143대에서 2020년 343대 등 3년 만에 3배 이상 늘었고 같은 기간 비중도 26.1%, 34%로 확대됐다. 올해 1~2월 역시 173대가 팔려 비중 44%를 기록했다.
중국 전기버스가 인기를 끄는 것은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하이거, BYD, 황해자동차 등 주요 중국 전기버스 업체들은 국내 총판 업체를 통해 수출한다. 대당 수입단가는 1억5000만원 수준으로 3억원 초중반인 국산 전기버스에 비해 절반가량 저렴하다.
국내 수입되는 중국 전기버스 브랜드도 13곳에 달한다. 국산은
현대차(005380), 에디슨모터스, 우진산전, 자일대우 등 4곳에 불과하다. 가격이 저렴하고 모델이 다양해 중국산 버스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버스는 전기 승용차 보다 제작이 쉽고 부품 수도 훨씬 적다"며 "비슷한 성능 수준에서 가격이 저렴한 만큼 중국산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장악했다. 카이즈유 데이터랩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초소형 전기차 판매량은 2476대로 전년 대비 22.5% 늘었다. 국내 초소형 전기차 시장은 르노코리아, 대창모터스, 쎄보모빌리티, 디피코, 쎄미시스코, 마스타자동차, 마이브 등 9개 업체가 국내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다.
초소형 전기차 '마이브'.(사진=마이브)
르노코리아 '트위지'와 디피코 '포트로'를 제외하면 국내 유통되는 초소형 전기차 대부분이 중국산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는 차량 플랫폼을 제작할 기술력이 약하고 자금력 한계로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기차의 핵심인 플랫폼과 배터리까지 중국산으로 채워지면서 중국산 전기차에 국고 보조금을 지원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전기버스의 경우 올해 보조금이 최대 7000만원, 초소형 전기차는 차량 종류에 관계없이 400만원 정액 지원된다. 여기에 지차별로 500만~700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산과 수입산에 차별 없이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보조금 지급기준이 수입원가가 아닌 판매가이므로 수입사에서 판매가를 부풀리고 고객사에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편취할 우려도 있다. 반면 중국은 자국 배터리를 탑재해야 보조금을 지원한다.
정명훈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연구원은 "저가의 중국산 수입과 보조금 혜택이 더해져 국내 자체 초소형 전기차 개발이 등한시될 수 있다"며 "국내 경형전기차 시장 잠식 우려와 함께 경쟁력 있는 국내 생산 모델의 연구개발 및 생산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국내 전기차 시장 공략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BYD는 1톤 소형 전기트럭을 올해 하반기 국내에서 선보인다. 이브이케이엠씨(EVKMC)도 다음달 '마사다' 브랜드를 달고 중국에서 수입한 2인승 밴과 픽업트럭 등 전기 상용차 5종을 내놓는다. 중국 자동차업체 동풍소콘에서 제작한 것을 완성차로 형태로 들여와 판매한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