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대학의 벚꽃엔딩'. 버스커버스커의 노래처럼 아름다운 의미가 아니다. 벚꽃이 먼저 피는 지역부터 대학들이 망한다는 다소 씁쓸한 말이다. '대학가의 로망'은 서울과 수도권 외 지방에는 더 이상 해당하지 않게 됐고, 학생이 오지 않는 대학은 빠르게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경쟁력 없는 대학의 도태는 불가피하다지만 시장의 잣대만을 들이대긴 찜찜하다. 갑자기 학과가 없어지고 학교가 문을 닫는 바람에 생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교직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대학이 사라지면서 지방 소멸을 가속화할 수 있단 점도 이 문제를 단순하게만 생각할 순 없는 이유다. (편집자주)
학령인구 감소가 빨라지면서 지방대학의 신입생 모집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년 후에는 대학에 입학할 학생 수가 현재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갈수록 신입생 유치가 어려워지자 부정을 저지르는 지방대학들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고등교육 재정지원 개편 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만 18세 학령인구는 48만명으로, 대학 입학정원 49만여명보다 적다. 연구 보고서는 학령인구가 2024년 43만명, 2040년 28만명으로 지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계산대로라면 20년 뒤 전국 대학은 입학정원을 지금보다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하는 셈이다.
서울이나 수도권 대학보단 지방에서 더욱 많은 입학정원을 줄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는 20년 뒤 서울과 수도권의 학생 수는 현재보다 20만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방은 45만명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픽/구선정 디자이너
학생 수 감소는 대학의 재정 악화로 직결된다. 한국 대학의 상당수는 등록금을 통해 재정을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어 비교적 경쟁력이 있는 대학이라면 문제가 시급하지 않지만 지방에 있는 작은 규모 대학은 답이 없다. 실제 충원 미달 또한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발생한다.
교육부가 지난해 '2022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한 일반대학 9교 또한 대부분 지방에 있다. 2021년 기준 일반대학 중 학자금 대출이 제한되는 재정지원제한대학 Ⅱ유형 7교의 정원 내 신입생 충원율은 20~30%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대입 정시에서도 추가 합격자를 뽑는 곳은 대부분 지방대였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입학식 직전인 지난 2월 27일 기준 전국 4년제 대학 중 37개교가 미달했다. 지방 대학들은 부족한 학생을 채우기 위해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이르기까지 추가 모집을 했지만 지원자 수는 모집 인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추가 모집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추가 모집에 나선 서울·수도권 27개교 현황을 보면, 총 모집인원 276명에 6만3517명이 몰렸으며, 경쟁률은 평균 230.13대 1을 기록했다.
오종운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경쟁률을 미공지한 대학까지 포함하면 실제 미달 대학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2023학년도 대학 신입생 충원율 또한 올해와 유사할 것으로 보여 지방 소재 대학을 중심으로 신입생 충원에 따른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이처럼 학생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각종 유인책을 넘어 부정을 저지르는 곳도 생기고 있다.
강원도의 한 대학에선 직장인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산업체 위탁 전형'을 만들었다. 직장에 다닌다는 증거만 있으면 별도의 시험 없이 입학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하지만 직장인이 아닌 학생까지 이 전형을 통해 입학시켰다가 교육부의 제재를 받았다.
충북 제천의 대원대는 2019년도 신입생 정시 모집에서 한 학과가 미달하자 입학 업무 담당자 2명이 19명의 입학 원서를 허위로 작성해 충원율을 높였다가 적발됐다. 신입생 충원율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지방대학 한 관계자는 "신입생 충원율이 낮아 부실 학교로 지정되고 이가 알려지면 학생이 더 안오는 악순환의 고리"라며 "정부의 각종 지원책도 수도권과 주요 대학에 집중되기 때문에 소규모 대학은 재정적으로 계속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