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학교 재단 이사장 측 지시로 학교돈 수백만원을 횡령한 교사에 대한 해임 처분은 비위 정도와 책임에 비춰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이정민)는 한 사립학교 교사 A씨가 낸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횡령한 금액은 소액이고, 이는 대부분 이사장에게 지급됐거나 이사장 등 선물 구입비로 사용된 바, A씨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 같은 횡령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경위 등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A씨에 대한 해임 처분은 공평을 잃은 것으로서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A씨가 이 사건 비위행위를 저지른 사실은 인정하나, 이 사건 징계사유 중 2013년 교육복지비에서 20만원을 횡령했다는 부분에 대한 징계의결 요구는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이 경과한 이후인 2020년 1월 말 이뤄졌으므로 징계시효가 도과한 이 부분 비위행위를 징계사유로 삼은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에 대한 해임 처분은 징계사유로 인정되는 비행의 정도에 비해 A씨가 입는 불이익이 현저하게 크고, 합리적 사유 없이 공평을 잃은 징계처분을 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이사장 측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2016년~2017년경 물품구입 관련 허위 품의서를 통해 상대방에게 대금을 지급한 후 부가가치세 등을 제외한 나머지를 돌려받는 방법으로 현금을 조성해 이사장에게 전달했다”며 “이 같은 현금조성 방법을 A시가 적극 고안했다거나 횡령행위에 적극 가담했다고 볼 수 없고, 경비집행 부적절함을 알았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하고 원칙대로 처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전북 전주 학교법인 완산학원이 운영하는 중학교에서 2000년 9월부터 근무해온 교사로 상급자인 교장·교감 등의 지시에 따라 2013년 이후 7년여 간 355만원 가량의 학교돈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의 발단은 교육청이 2019년 당시 완산학원 이사장과 그 가족의 이른바 ‘사학비리’ 의혹을 살펴보기 위한 감사를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건 이사장은 완산학원 소속 교직원 등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10여 년에 걸쳐 38억4000만원 상당의 학교 및 법인자금을 횡령하고,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부정사용해 사립학교법을 위반하는 등 혐의로 기소됐다. 그 과정에서 이사장의 지시를 받고 교육복지비 횡령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던 한 교사는 검찰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사장은 법원에서 혐의 대부분을 범죄사실로 인정받아 2020년 징역 7년 및 추징금 34억219만원을 확정 받았다.
그해 2월 말 A씨는 교육청 파면 징계 요구에 따른 학교 측으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다. 이에 A씨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자신의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사진=서울행정법원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