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주택법상 사업주체가 분양받은 사람의 공급 질서 교란행위를 이유로 주택공급계약을 취소한 경우, 이 주택을 매입한 선의의 제3자에 대한 보호규정이 없는 구 주택법 조항은 위헌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A씨 등이 구 주택법 29조 2항이 재산권을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구 주택법 39조 1항은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금지하고, 동법 2항은 1항을 위반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주택을 공급받는 경우 해당 주택 공급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주택이 우선 공급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주택공급제도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주택 분양단계에서 그 절차 및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돼야 한다”며 “사업주체가 공급질서 교란자와 체결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를 위해 필요하고 적절한 조치”라고 봤다.
또한 “공급질서 교란행위에도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한다면 거래의 안전성 증진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분양단계에서 훼손된 투명성과 공정성을 회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면서 “심판대상조항은 ‘주택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해 사업주체가 선의의 제3자 보호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주택공급계약의 효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은애·이미선 재판관은 “선의의 제3자 관점에서 자신의 주택이 공급질서 교란행위에 기초해 공급된 주택이라는 점은 우연한 사실에 가깝고, 이로 인한 책임을 선의의 제3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이어 “민간 사업주체는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민간 사업주체가 취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도 국가가 이를 통제할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며 “선의의 양수인이 민간 사업주체의 취소권 행사에 대항할 어떤 수단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 사업주체에게 통제받지 않는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은 법의 이념에 반하는 것으로 도저히 합리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판대상조항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벗어나 선의의 제3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이다.
앞서 청구인 A씨 등은 2015년 B씨와 서울 서초구 소재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상황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B씨가 주택법상 교란행위를 했다며 분양계약을 취소했고, 이들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이들은 자신이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분양계약이 취소되더라도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항변했으나 1심은 SH 측 손을 들어줬다.
이후 항소심에서 A씨 등은 주택법 39조 2항이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는 규정을 두지 않아 재산권 등을 침해했다며 서울고법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서울고법도 2019년 10월 이들의 제청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하지만 헌재는 해당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지난해 3월 주택법이 개정되며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는 규정(개정 주택법 65조 6항)이 신설됐다. 이 개절 규정은 지난해 9월 10일 이후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한 자부터 적용되며 그 이전 사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31일 구 주택법 29조 2항이 재산권을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제기된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