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면서 그 대가로 받는 수수료 또는 주식매매예약완결권(주식을 저가에 취득할 권리)도 이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이율은 대부업법상 법정이율인 24%를 넘길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차문호)는 A증권사가 B회사를 상대로 낸 위약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위약벌은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채권자에게 벌금을 내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주식매매예약완결권을 받기로 한 약정은 대부업법을 위반해 무효”라며 “그 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위약벌 청구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부업법이 여신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법령이 정한 이자율을 초과한 이자의 수령을 금지하면서 이자로 간주하는 것에는 사례금이나 수수료 등 이자가 아닌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포함됐을 뿐 아니라 금전 형태로 제공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닌 ‘금전적 가치가 있는 각종 경제적 이익’도 포함된다”며 “금전대차 관련 대가라면 그 제공 명의자가 차주가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A증권사가 B사로부터 받은 대출취급수수료는 대출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서 대부업법상 이자로 간주된다”며 “금융자문수수료의 경우도 그 형식이 금융자문에 대한 대가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러한 금융자문이 없었던 사정 등에 비춰 보면 대출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된 것에 불과해 대부업법상 이자로 간주된다”고 덧붙였다.
주식매매예약완결권도 대출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경제적 이익이므로 이는 이자로 간주된다는 부연이다.
그러면서 “A증권사가 수령한 이자, 대출취급수수료, 금융자문수수료만으로도 대부업법상 최고 이자율을 초과한다”며 “주식매매예약완결권을 받기로 한 약정은 대부업법을 위반해 무효이고, 따라서 그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위약벌 청구도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증권사는 B사에 8개월간 20억원을 빌려주면서 △이자 10%와 △대출취급 수수료 1억원 △금융자문계약 수수료 1억원 △B사 주식 20% 또는 80억원을 우선 배당받을 수 있는 우선주를 200만원에 매수할 수 있는 ‘예약완결권’도 받기로 약정했다.
이후 A증권사가 변제기에 예약완결권을 행사함으로써 80억원을 우선 배당받을 수 있는 우선주를 약 200만원에 매수하려 하자 B사는 “대부업법상 제한이자(최고이자율 연 24%)를 초과한 것이므로 무효”라며 거부했다.
이에 A증권사는 B사의 채무불이행을 들어 위약벌 80억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주식매매예약완결권 취득은 메자닌 금융기법에 따른 투자의 대가로 대부업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금융자문수수료도 금융자문계약에 따른 수수료라는 점에서 이는 대부업법상 이자가 아니라는 게 A증권사의 주장이다.
1심 재판부는 A증권사와 B사 사이 약정이 대부업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되, B사에게 위약벌 지급의무가 있다며 형평상 약정한 80억원을 감액해 40억원을 지급할 것을 명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