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6·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향한 당내 비판에 대해 어떤 후보가 나와도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응수했다. 다만, 이 역시 서울시장 선거 패배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직전 당대표로서 부적절한 언급이라는 역공에 처할 수 있다.
송 전 대표는 10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선거가 정말로 당선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냐”며 자신의 희생과 헌신을 강조한 뒤 “당의 구청장, 시의원 후보들을 뒷받침하는 호민관 같은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히자 당 안팎에서는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전직 당대표가 곧바로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에 출마한 전례가 없는 데다, 인천에서 서울로 지역을 옮기는 것 또한 어떤 명분이나 고려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됐다는 지적이었다. 앞서 대선과정에서 86그룹 용퇴를 촉구하며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그가 지방선거를 정치 복귀무대로 삼는다는 지적과 함께, 무엇도다 송 전 대표로는 서울 구청장과 광역의원 선거마저 '필패'라는 인식이 서울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형성됐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는 “지금 그 책임(대선 패배)으로부터 자유로울 분들이 누가 있느냐”며 “다 공동선대위원장이 아닌가. 지금 당을 이끄는 분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이어 “싸움을 회피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골에 앉아 있는 것이 책임지는 것이냐. 아니면 누가 보더라도 질 것이라고 생각해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을 위해 다시 한 번 희생하겠다는 자세로 나서는 것이 책임지는 것이냐”고 따졌다. 송 전 대표는 그러면서 “국회의장 도전 기회도 포기하고 현역 의원 임기 2년도 포기하고 당을 위해 싸워달라는 요청에 부응해 나오는 것이 오히려 당에 책임지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송 전 대표는 ‘86(1980년대학번·1960년대출생) 그룹 용퇴론’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86용퇴론은 송 전 대표가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제기했다. 86그룹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신진 세력들에게 정치 입문의 계기를 마련해 주자는 취지였다. 86그룹 운동권 출신으로 최근 정계은퇴를 선언한 최재성 전 의원은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을) 탐하다가 더 큰 것을 잃는다”며 “송탐대실”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는 “제가 누구에게 용퇴를 강요한 바 없다”며 “(86)세대의 동질성이 다 희석됐고 개별적으로 사정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송 전 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라 공모 절차를 거쳐 경선을 하자고 촉구했다. 그는 “제 출마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그러면 당원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국회의원 몇 명이 자기 생각을 당원들에게 강요할 것은 아니다”라고 강하게 항변했다. 그는 “당헌·당규에 따라 공식 공모 절차를 거쳐 (후보 등록이)마감됐으니 그에 따라 경선을 하면 된다”며 “172석을 가진 제1정당이 주먹구구식으로 당을 운영하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원칙을 지키지 않고 당헌·당규를 무리하게 개정했다가 국민의 심판을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지금 서울시장 선거에 집중해야 할 시간도 촉박한데 갓을 쓰고 망건 쓰다 장 다 파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오세훈 서울시장을 이기는 후보가 어디 있겠느냐”며 “경선으로 공약을 홍보할 기회를 주지 않고 ‘레디 메이드 허니’, 즉 이미 만들어진 꿀단지를 찾아 다니는 수동적이고 어리석은 행동으로 국민의 감동을 얻어낼 수 없다”고 했다.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시장 출마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