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최근 국내 의약품 특허에 관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판결이 나왔다. 특허심판원은 지난달 말 의약품을 카피 생산하는 후발 제약사들(제네릭사)이 제기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특허권자인 보령제약 측 손을 들어줬다. 제네릭사 의약품들이 보령제약의 고혈압 복합제 ‘듀카브’ 특허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본 것이다.
지금까지 오리지널 품목을 보유한 국내 제약사가 제네릭사의 특허 도전을 방어한 사례는 국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만큼 이번 심결은 오리지널사의 특허 인정 범위를 넓힌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령제약이 자사 ‘듀카브’ 제네릭과의 1라운드 소송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던 배경엔 법무법인 광장의 전략이 있었다. 이번 심결을 이끌어내기까지 광장 헬스케어팀은 1년여 간 내부 팀 간 협업에 주력했다.
광장 헬스케어팀장 박금낭 변호사(광장 헬스케어팀장·사진)를 만나 이번 심결의 의미를 들어봤다.
오리지널사 특허 인정 범위 넓힌 선례
약사 출신 박 변호사는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는 연구진과 국내 제약업계를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 이번 선례를 남기고자 했다. 쟁점은 제네릭 의약품이 보령제약의 ‘듀카브’ 특허를 어디까지 침해했느냐였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과 유사한 특화된 선례는 없었다”면서 “업종은 다르지만 한 기계업체 특허발명에 대한 타사의 균등침해를 인정한 작년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광장은 제네릭사 의약품이 보령제약 ‘듀카브’ 특허 기술의 핵심인 ‘피마사르탄과 암로디핀 조합의 상승효과’를 나타내므로 특허를 균등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특허심판원은 이를 받아들여 제네릭사 의약품이 보령제약 ‘듀카브’ 특허를 균등침해한다고 인정했다.
이는 특허권자의 특허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네릭사들의 공격적인 특허 도전에도 제한을 둘 수 있게 됐다.
그는 이번 심결에 대해 “국내 제약사가 블록버스터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대규모 제네릭사들 도전을 방어한 최초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나머지 40개사(제네릭)심판사건들도 이번 심결 기준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특허분쟁에서 패소한 알리코제약, 신풍제약 등 4개사는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했다. 이들 제네릭 4개사가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한 것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이미 (보령제약 ‘듀카브’) 특허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은 상태에서 (특허심판원이)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제네릭사들의) 특허 무효 심판에도 잘 방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심결을 이끌어내는데 광장 헬스케어팀 동료들의 피 땀 어린 노력과 협업의 힘이 컸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광장 헬스케어팀이 제약 바이오뿐 아니라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통계 등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는데 서로 적극 지원해주고 탁월한 의견을 제시해주는 등 협업과 소통이 잘되다 보니 이번에도 이런 성과를 얻게 된 게 아닌가 싶다”며 “늘 우리 팀에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 주축으로 약사 출신 변호사들과 임채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70여명 규모로 이뤄진 광장 헬스케어팀은 국내 대형 로펌 중에서도 헬스케어 최고 전문가를 보유한 곳으로 손꼽힌다.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 후려치기 관행 막아야"
이번 심결을 계기로 오리지널 제약사 특허를 보호하고 제네릭으로 인한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 후려치기 관행을 막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변호사는 “업무를 하면서 연구진들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며 “그렇게 연구진들이 고생해서 개발해낸 의약품은 제네릭사가 금방 카피해서 시장에 내놓고, 이로 인해 오리지널 약값은 반토막이 난다”고 지적했다.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보다는 제네릭에 특화될 수밖에 없던 배경이다.
그러면서 “카피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며 “앞으로도 특허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이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업계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행 제도상 보건복지부가 오리지널 약품 특허기간 만료 시 약가 인하 등을 고시하는 차원을 넘어 국민건강보험법 등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박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는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를 보호하면서 특허 만료 기간 이후 국민 건강을 위해 약값을 인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되, 약가 인하율에 한도를 둔 산정 방식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광장 헬스케어팀의 유희상 수석전문위원, 김민수 변호사, 송현아 변호사, 박금낭 변호사, 이지연 전문위원, 박수연 변호사, 김성주 전문위원. (사진=법무법인 광장)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