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의 강력한 의지와 전략이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005380)에 따르면 아이오닉 5는 13일(현지 시간) 2022 월드카 어워즈(WCA)에서 '세계 올해의 차WCOTY)'를 비롯해 '세계 올해의 전기차',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등 자동차에 시상하는 6개 부문 중 3개 부문을 휩쓸었다. 지난 2월에는
기아(000270) EV6가 2022 유럽 올해의 차(ECOTY)를 수상했다.
글로벌 유력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2022 세계 자동차산업의 위대한 파괴적 혁신가들' 시상식을 열고 정의선 회장을 '올해의 비저너리' 수상자로 발표했다. 사진은 정 회장이 수상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현대차)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세계 올해의 차와 유럽 올해의 차 등 글로벌 3대 올해의 차 가운데 2개를 석권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제네시스의 전용 전기차 GV60도 2022 레드닷 어워드 제품 디자인 본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정 회장은 전기차 대중화에 대비해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들이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며 "경쟁 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같은 정 회장의 의지는 현대차그룹 최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성공적 개발로 이어졌다. E-GMP는 글로벌 유수의 고성능, 고급차 브랜드들을 뛰어넘는 수준의 전용 플랫폼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정 회장의 방향성 아래 구체화됐다.
전용 플랫폼 개발 여부를 놓고 내부 의견이 엇갈렸을 당시 정 회장이 결단했고, 주요 단계 때마다 직접 점검했다. 특히 타 업체들이 시도하지 않은 신기술 적용을 적극적으로 주문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외부로도 자유롭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V2L과 18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초급속 충전 시스템 등을 E-GMP에 대거 탑재했다.
또 급속·초급속 등 다양한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400V/800V 멀티 충전시스템', 승차감과 핸들링은 향상시키고 소음과 진동을 줄여주는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IDA)', 4WD와 2WD 구동 방식을 자유롭게 전환해 효율적인 운전을 돕는 '전기차 감속기 디스커넥터' 등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적용했다.
이들 기술의 개발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일정이 다소 늦어지고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디자인, 공간, 편의사양, 전비, 파워트레인 등 모든 측면에서 기대를 뛰어 넘는 기술과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전용 전기차의 과감한 디자인도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명확히했다. 기아 EV6 개발 초기 일부 보수적 성향의 해외 고객 반응을 감안해 해당 권역본부에서 디자인 수정 의견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EV6의 미래지향적 디자인에 힘을 실어줬고, EV6는 출시 이후 '2021 미국 굿디자인 어워드 운송디자인 부문'과 '2022 독일 레드닷 어워드 최우수상' 등 글로벌 주요 디자인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질주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5만2719대를 판매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 톱5에 진입했다.
올해 1분기 전기차 판매는 7만6801대로 전년 동기 4만4460대 대비 73% 증가했다. 국내에서 2만2768대가 판매돼 155%, 해외에서 5만4033대가 판매돼 52% 각각 성장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총 307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2030년까지 17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춰 187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 올해 아이오닉 6를 필두로 2024년에는 아이오닉 7이 출시된다.
기아는 2027년까지 14종의 전기차를 출시해 2030년에는 12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방침이다. 올해 EV6의 고성능 버전인 EV6 GT에 이어 내년에는 EV9을 선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과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기차 전용 플랫폼 'eS' 등 신규 전용 전기차 플랫폼 2종을 도입한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