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검찰의 집단 반발에도 개혁안 처리에 강하게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검찰이 김오수 총장의 사의 표명, 긴급 고검장회의 개최 등을 통해 집단 반발하면서 사실상 ‘검란’을 현실화하자, 오히려 이를 명분으로 ‘검찰개혁 4월 국회처리’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박병석 국회의장 해외 순방 일정 등 변수에 따른 전략·속도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2단계 권력기관 개혁에 중대 분수령이 될 주간이다”라며 “권력기관 개혁 마무리는 시대적 과제이자, 민주당의 사명이다. 검찰 집단의 조직적 저항에 부딪혀 개혁이 좌초되는 일을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부터 법사위가 진행된다.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른 절차대로 4월 임시회에서 반드시 2단계 권력기관 개혁입법을 처리하겠다”며 “이번에야말로 잘못 자리 잡았던 검찰권력을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김 총장의 사의 표명을 겨냥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며 “무책임하고 의미없는 사표”라고 평가 절하했다. 김 총장이 전날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검찰은 이날 오전에는 긴급 고검장회의를 진행했고, 오는 19일에도 평검사회의를 열며 민주당에 집단 반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실상 검란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검란에 맞서 속도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심사하면서 동시에 국민의힘과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 원내대표는 “철저히 국회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견이나 주장도 충분히 귀담아 듣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주에 법사위에서 법안이 본격 심사에 착수하고 여야가 합의하면 좋겠지만 최대한 설득하는 과정을 밟아가겠다”고 설명했다.
당초 민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에 검찰개혁안을 통과시켜 내달 3일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법안 공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차기 정부 출범 이후로 넘어갈 경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거부권을 행사해 사실상 법안은 휴지조각이 된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의 거부권 행사는 누구든지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며 “그런 것을 예상하면 논의를 더 해보자는 것은 하지 말자는 의미와 다를 게 없다”고 ‘검찰개혁안 4월 처리’에 힘을 보탰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사위 심사 단계에서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 심사를 지연시키지 못하도록 안건조정위 구성에 밑작업을 해뒀기 때문이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특정 법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 여야가 3명씩 참여해 3분의2 (4명)이상의 찬성으로 안건이 통과되도록 한 장치다. 이에 민주당은 법사위원 사보임을 통해 민주당 출신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배치했다. 이 경우 민주당이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사실상 민주당이 4명을 점한 결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본회의 표결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일단 본회의에 상정부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간 박 의장은 첨예하게 이견을 보인 법안에 대해 여야 합의를 중시해왔다. 때문에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검찰개혁안을 단독 의결을 할 경우 본회의 상정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박 원내대표는 박 의장의 역할론에 대해 “그간 박 의장을 뵙고 과정과 절차를 충실히 진행하고, 의원총회에서 왜 이런 결론을 내렸는지 충분히 말씀드리는 시간을 가졌다. 최종적으로 의장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게다가 박 의장은 오는 23일부터 내달 2일까지 미국 순방 일정이 잡혀 있는 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박 의장이 23일 아침에 출국한다는 점을 감안해, 이번주 내로 본회의 사회권을 자당 소속 김상희 부의장에게 이양받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국회의장이 해외순방을 갈 경우 사회권을 부의장 중 한 명에게 넘기는 게 관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회법 12조에 따르면 ‘의장이 사고(불시의 일)가 있을 때는 의장이 지정하는 부의장이 직무를 대리한다’고 명시돼 있다. 우상호 의원도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회권 이양’ 여부에 대해 “당연히 넘어간다”며 박 의장이 부득이한 외교 때문에 김 부의장에게 넘어간다고 여러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되더라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넘어야 한다.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의 5분의3인 180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72석으로,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6석)의 지원을 받더라도 정의당(6석)의 동의 없이는 필리버스터를 종료할 수 없다.
민주당은 정의당 설득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진성준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같은 날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처리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을 정의당에 잘 설명하고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회기 쪼개기’도 비상수단으로 거론된다. 회기 쪼개기는 임시국회 30일이 아닌 며칠 단위로 소집하는 것을 말한다. 국회법에 따르면 회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필리버스터도 종료되고, 이후 필리버스터 안건은 다음 회기에 자동 상정된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