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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한국형 K-ESG와 동반성장 평가
입력 : 2022-04-21 오전 6:00:00
2021년 1월부터 불어닥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이 일 년 넘도록 식을 줄 모르며 타오르고 있다. 초기에는 ESG를 이해하고 ESG경영을 도입하려는 단계에서 시작해 이제는 본격적으로 ESG경영의 성과를 창출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와 같이 ESG가 확산하는 추세에 부응해 수많은 ESG 평가체계가 등장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ESG평가는 외국에서 사용되는 개념과 체계를 그대로 들여와 우리나라 상황에 맞지 않는다. 한국적 특수성에 초점을 두고 개발된 ESG평가는 글로벌 평가체계와 상이해 해외에서 인정받기 어렵다. 이처럼 ESG 평가체계가 난립하며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혼란이 커졌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면서 우리나라 여건을 고려하는 ‘한국형 ESG 지표체계’(K-ESG)를 개발해 작년 12월에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K-ESG의 기본적인 체계와 진단항목은 대체로 적합하며 한국적 상황을 적절히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동반성장을 사회(S) 분야로 포함해 측정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K-ESG에서 S는 22개 항목을 포괄하는데 세부적으로 사회적 책임·사회공헌 인권·정보보호, 동반성장 그리고 고용·종업원의 4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동반성장에 해당하는 항목은 3개로 ‘협력사 ESG 경영’(협력사의 ESG 관련 리스크를 인지하고 이를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 ‘협력사 ESG 지원’(협력사가 ESG 역량을 갖출 수 있는 지원 전략과 계획 마련), ‘협력사 ESG 협약사항’(협력사의 ESG 경영을 위한 교육, 기술, 금융, 인허가, 설비/장치 지원 협약)으로 구성된다.
 
K-ESG에서 접근하는 동반성장은 협력사의 ESG경영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기업의 입장에서 ESG경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가치사슬로 밀접하게 연관된 협력사의 ESG 경영성과도 높여야 하며, 협력사에 잠재돼 있는 ESG 리스크가 전이돼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협력사의 ESG경영 지원에만 한정해 동반성장을 정의하는 것은 너무 협소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동반성장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는데 이를 일방적인 ESG 경영지원만으로 압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동반성장의 범위는 넓고 그 유형은 다양하다. 동반성장의 대상은 직접적 협력사뿐 아니라 2, 3차 협력사 그리고 협력사의 근로자로까지 확대된다. 
 
현재 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은 동반성장위원회가 매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2020년도 동반성장 종합평가에는 211개 대기업이 참여했고 1만3000여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체감도 조사결과와 실적평가를 토대로 4개 등급(△최우수△우수△양호△보통)으로 구분해 공표했다.  
 
동반위의 동반성장 지수평가는 기업의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미치지만 실질적 혜택은 미약하다. 이런 점에서 전반적인 가치사슬의 이해관계자와의 동반성장을 기업경영의 중심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동반성장은 불공정행위와 달리 정부가 강요하거나 법률로 강제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동반성장을 잘한다고 인정하고 상을 줄 수 있지만 못한다고 비난하고 처벌할 수 없다. 
 
동반성장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이행해야 진정성있게 추진되고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런데, 기업이 자율적으로 동반성장 활동을 수행하고 꾸준히 발전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동반성장 활동에 많은 비용과 노력이 소요되는 반면, 그 혜택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동반성장 노력과 성과를 K-ESG에 반영하는 것은 절실히 필요하다. 동반성장을 충실히 수행하는 기업이 K-ESG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투자가 활성화되고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그만큼 동반성장 노력도 더 확대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SG 관점에서 동반성장은 사회(S)보다 지배구조(G)의 영역에 속한다. 기업 내부의 지배구조는 외부 기업과의 거래관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동반성장을 사회적 책임보다 기업간 지배구조(inter-firm governance structure)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올바르다. 
 
따라서 K-ESG 후속판에서는 동반성장을 S보다 G로 이전하고 동반위의 동반성장 평가지수를 그대로 반영할 것을 권고한다. 동반위가 많은 노력과 예산을 들여 평가하는데 이를 중복해 별도로 평가하는 것은 낭비다. 현재 동반위는 동반성장 지수를 개선하고자 하는데 여기에 K-ESG와 같이 협력사의 ESG경영 지원이 포함된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의 동반성장 활동과 성과가 ESG 평가에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으면 향후에 기업들이 동반성장 노력을 소홀히 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 K-ESG를 비롯한 한국형 ESG 평가체계에는 동반성장을 올바르게 평가하는 항목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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