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한숨만 나옵니다."
휠체어를 타고 광화문 가는 시내버스에 올라 휠체어 우선 좌석으로 다가가자 한 승객이 앉아있다. 자리를 내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승객은 다른 자리로 가라고 한다. 쭈뼛거리는 사이 버스가 출발했다. 안전벨트도 고정되지 않은 상태다. 급출발로 뒤로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어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대한민국 현실이 이러니 휠체어 타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기 힘들다.
버스에서 내릴 때도 쉽지 않다. 안전벨트를 풀고 하차문으로 이동하는 사이 시간이 지체되자 다른 승객들이 문을 열어달라고 아우성친다. 내리기 쉽게 버스가 옆으로 기울어지고 '휠체어 승객'에게 손을 내미는 오스트리아와는 완전 딴 판이다.
이동 중 다다른 공사장 임시통행로에서는 보행자들이 몰려오자 오히려 길을 내줘야 했다.
유튜버 박위 씨가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사진=위라클 유튜브)
유튜버 박위(35)씨가 자신이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위라클 WERACLE>에 올린 이야기이다. 20일 기준으로 458만뷰를 기록했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 박 씨는 축구와 여행을 좋아하던 청년으로 그 역시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당시에만 공감할 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박 씨는 2014년 인턴으로 일하던 의류회사에서의 정식 채용을 앞두고 불의의 사고를 당해 경추가 골절되어 전신마비 판정을 받았다.
박 씨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과 긍정을 잃지 않았고 반 년이 넘는 재활생활을 이겨냈다. 퇴원 후에도 매일 한강에 나가 6~10km를 휠체어로 다니며 운동을 계속해 움직일 수 있는 부위를 늘려갔다.
박 씨는 2019년부터는 위라클팩토리를 설립해 180여개의 영상을 올리며 유튜브 창작자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위라클 채널은 35만5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해 유튜브 구독자 10만명 이상의 채널에 주어지는 실버버튼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유튜버 박위 씨가 유튜브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는 모습.(사진=위라클 유튜브)
박 씨가 유튜버로 활동하는 이유는 다친 사람들이나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어서다. 박 씨는 “간접적으로 제가 운전하고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 장애인에 대한 생각이 바뀔 수 있다”며 “여행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목표는 휠체어 타고 한 번 태평양을 건너는 것이며 스카이다이빙이나 패러글라이딩 같은 도전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씨는 단순히 자신의 이야기만 담는 것이 아니라 회계사 합격을 앞두고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 트럭 밑에 깔린 27살 사업가 등 다른 장애인들의 이야기와 인터뷰를 전한다. 휠체어 타고 씻는 법, 바닥에서 휠체어로 올라가는 법 등 비장애인이 알기 어려운 이야기도 재밌게 풀어냈다.
서울시는 이날 박씨를 '서울시복지상 장애인 인권분야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서울시는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대중들에게 노출시키며, 휠체어 이용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 낸다”며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도전정신과 희망메시지를 전달하고 장애인의 사회적 인식개선에 이바지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