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광장에서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다시 집안싸움에 빠졌다. 송영길 전 대표를 서울시장 선거 공천에서 배제키로 전격 결정하면서 계파 갈등이 재점화됐다. 당 안팎에서는 '이러다 서울시장은커녕 6월 지방선거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논란은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19일 밤 송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을 서울시장 선거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거졌다. 송 전 대표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6·1 지방선거를 포기하고 민주당을 파괴하는 자해행위가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송 전 대표는 다음날인 20일 경인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출마를 못한다는 논리는 이재명 후보의 대선 패배 책임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이재명 후보의 정치 복귀를 반대하는 선제타격의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상임고문을 끌어들여 현 난관을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읽혔다. 앞서 송 전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 편을 들면서 다른 후보들로부터 ‘이심송심’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경선 이후 본선에서는 붕대 투폰까지 발휘하며 이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었다. 때문에 6월 지방선거에서 '명심(이재명 마음)은 서울은 송영길, 경기는 김동연'이 말이 당 안팎에서 공공연히 돌기도 했다. 이재명 고문의 최측근인 정성호, 김남국 의원은 지도부 사퇴 이후 사찰에 머물고 있던 송 전 대표를 찾아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재명계는 송 전 대표의 공천 배제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반발했다. 정성호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할 말은 해야겠다"며 "오직 내 정치적 생존과 이를 담보할 계파적 이익만 추구한다면 무슨 미래가 있겠나. 이런 작태를 용납하는 것은 너무나 비겁한 일"이라고 적었다. 김남국 의원도 “전략공천관리위의 잘못된 결정을 비대위가 반드시 바로 잡기를 바란다”며 "다시 경선을 선언하자"고 했고, 경기지사 경선에서 이재명 고문 지원을 기대해야 하는 안민석 의원도 "송 의원의 배제를 반대한다. 당원들의 뜻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힘을 보탰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전략공천관리위 결정을 ‘계파공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충북도지사 후보에 공천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부동산 실패로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사람"으로 규정한 뒤 "왜 충북과 서울의 잣대가 다르냐”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저는 이 결정을 당원과 서울시민, 국민을 모두 외면한 결정으로 규정한다”며 "전략공관위의 잘못을 바로잡을 책임은 우리 비대위원회에 있다”고 했다. “특정 세력의 이해를 반영한 계파공천이 아니라 지선 승리를 위한 국민공천이 되도록 지혜를 모으겠다”고도 했다.
윤호중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권파인 친문은 전략공천관리위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힘을 보태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이날 긴장감 속에 진행된 비대위 회의에서 “전략공천관리위는 비대위의 전략공천 권한을 위임받아 심사하는 기구"라며 “전략공천관리위에서 그런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심사 결과가 언론에 유출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오늘 비대위 회의가 있기 전에 윤리감찰단에 전략공천관리위 결정이 유출된 경위를 조사해 징계할 것을 직권명령했다”고 말했다.
이원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반발에 재반박했다. 그는 “난데없이 계파공천 운운하는 것은 그 일관성, 진정성, 의도를 의아하게 한다”며 “더구나 저는 명낙대전으로 표현되는 그 어떤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제게 계파공천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수용할 수 없는 모욕”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이번 배제 결정은 옳은 것”이라며 “비대위는 논란과 혼선 없이 이번 결정을 추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비대위는 이날 밤 다시 한 번 모여 송 전 대표 공천 배제 관련해 논의를 이어간다. 이에 앞서 윤 위원장은 전략공천관리위가 사실상 서울시장 후보로 전략공천한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을 만나 서울시장 경선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전략공천관리위 결정은 비대위의 추인을 받아야 최종 확정된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