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성남 기자] 광주 붕괴사고 여파로 1년래 신저가(1만3500원) 수준까지 주가가 무너진
HDC현대산업개발(294870)(현산)에 대한 주요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도 박해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에 이어 한국기업평가도 현산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주요 신평사들은 광주 붕괴사고와 관련한 비용 반영으로 손실 확대가 우려되며, 앞으로 진행되는 사업의 계약 해지 등에 따라 비용 증가가 염려된다고 분석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HDC현대산업개발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A'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1월에 이어 HDC현대산업개발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재등록했다.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평가1실 수석연구원은 "광주 학동 4구역과 광주 화정아이파크에서 연이어 발생한 사고로 사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영업수익성이 저하된 점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에 이어 부정적검토 대상으로 재등록한 이유에 대해서는 △등록말소 처분을 포함해 사전통지된 화정사고 관련 행정처분 결과 △ 유동성부담 가중 여부 및 대응능력 △ 신규분양 추이와 계약해지 및 시공배제 사업 발생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점 등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신평사들이 우려하고 있는 계약 해지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이번달 들어서만 두건의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1830억원 규모의 광주 곤지암역세권 아파트 신축공사 계약이 지난 13일 해지됐고, 지난 8일에는 1조971억원 규모의 대전 도안 아이파크시티 2차 신축공사 계약이 해지됐다. 현재에도 시공을 맡은 전국 재개발 현장 곳곳에서 조합원들의 시공사 선정 관련 찬반 투표가 이어지고 있어 추가적인 계약 해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광주 사고 이후 현산은 2022년 분양물량을 당초 2만 세대에서 1만 세대로 축소한 상태다. 성 연구원은 "계획된 분양물량이 추가 감소하거나 분양 일정 지연이 장기화되면서 정상적인 신규 분양이 어려워질 경우 외형 축소가 불가피하다"면서 "또한, 이미 확보된 사업에서 시공배제 또는 계약해지 요구가 나타날 경우 수주 경쟁력의 추가 훼손이 우려된다"고 했다.
다만, 최악의 경우로 가정됐던 영업정지 처분에 이은 건설업 등록말소까진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현산은 광주 학동4구역 사고와 관련해 영업정지 8개월을 처분받았고,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에 대해 영업정지 1년 또는 등록말소 처분을 사전 통지받은 바 있다. 행정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후 본안 소송을 통해 행정처분이 확정될 예정이다. 성 연구원은 "광주 화정 사고와 관련해 현산이 등록말소 처분을 받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면서도 "서울시의 결정에 따라 등록말소 가능성이 잠재된 점은 사업 지속가능성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주력사업인 주택공사 현장에서 연이어 발생한 사고로 인해 행정처분을 받은 점과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구조 안정성 결여와 콘크리트 품질 관리 부실 등을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한 점을 감안할 때 브랜드 평판과 수주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비용 증가에 따른 실적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 연구원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와 관련해 1755억원의 비용을 반영하면서 수익성이 저하된 가운데, 안전진단 결과 철거 및 재시공 범위가 확대될 경우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며 "다른 진행사업에 대해서도 안전 관리 비용이 증가하고 금융 비용 부담도 늘어날 수 있어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체크할 요소로는 유동성 부담에 대한 대응 능력이 꼽혔다. 성 연구원은 "올해 3월말 기준 현산의 단기 차입금이 1조2000억원(리스부채 제외)이나, 2조3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보유 자산을 활용한 재무 융통성도 갖추고 있다"면서도 "자금시장 접근성이 제한된 가운데, 현산이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한 2조8000억원 규모의 PF유동화증권 차환이 차질을 빚을 경우 현금성자산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입금에 대한 기한 이익 상실 가능성도 잠재돼 있어 유동성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유동성 대응 능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현산, PF유동화증권 만기도래 현황. (자료=한국기업평가 보고서)
최성남 기자 drks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