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화천대유)가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건넨 것은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되는 것을 막아준 대가라는 취지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과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정영학 회계사는 곽 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 50억원을 지급한 이유가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게 한 대가라고 들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양모 전무(화천대유 전무)가 병채씨(곽 전 의원 아들)에게 50억원을 지급하는 부분이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사인을 안 했다, 그렇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곽 전 의원 아들은 당초 2020년 6월 퇴직금을 포함한 5억원의 성과급을 받기로 계약했으나 9개월여 만에 계약금이 50억원으로 10배 뛰었다. 이에 화천대유 양 전무가 반대 의견을 냈다는 게 정 회계사의 설명이다.
이어 “양 전무는 불법적인 것에 개입하고 싶지 않아 했다”며 “문제가 있으면 정도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고 계속 얘기했었다”고 말했다.
양 전무가 병채씨 50억원 지급에 동의하지 않자 김씨는 그를 달래기 위해 ‘곽 의원이 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 위기를 막아줘서 그의 아들에게 50억원을 지급하게 된 것’이란 취지로 설득했다는 내용을 들었다는 게 정 회계사의 증언이다.
또한 정 회계사는 2015년 2월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하나은행 이모 부장과 접촉한 사실도 털어놓았다. 그는 하나은행을 컨소시엄 주관사로 끌어올 수 있던 배경에 대해 “자본금과 이행보증금을 대주고, 수수료도 보장해주겠다며 하나은행을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은행에서 그런 것을(자본금, 이행보증금, 수수료) 보장해줄 수 있는 회사가 있느냐고 물어보기에 확실한 회사가 있다고 했다. 킨앤파트너스와 SK 회장 쪽에서 자금이 들어올게 확실하단 내용으로 (하나은행을) 설득했다”며 “(하나은행이) 화천대유를 보고 들어온 것은 아니고 그 뒷배경을 보고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대해선 호반건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화천대유 설립 전 남 변호사와 컨소시엄 주관사로 우리은행을 염두에 두고 접촉했던 것에 대해선 “리먼 사태 때 부동산 부실대출이 가장 심각했던 은행이어서 부동산 PF가 잘 안 되는 상황이었고, 특히 자본금 출자를 거의 안 하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우리은행도 참여 의사는 있었지만 외부 규정상 도시개발사업 (자본금) 출자는 안 된다고 했다”고 무산 이유를 밝혔다.
검찰이 대장동 사업계획서 완성본도 아닌 초안 단계에서 사업 개요를 설명하기 위해 굳이 곽 전 의원 변호사 사무실까지 찾아간 이유를 묻자 “김만배씨가 간단히 설명하고 오라고 해서 갔다”고 답변했다.
그는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 초창기 거의 밤을 새고 일했었다”며 “당시 김씨 지시가 아니었으면 시간도 없었고, (곽 전 의원 변호사 사무실에) 갈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 전 의원 변호사 사무실에 대해서는 “변호사 업무를 거의 안 하는 것처럼 보였다”며 “책상과 의자만 덩그러니 있고, 직원도 없어서 실제 변호사 업무는 거의 안하시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곽 전 의원은 오전 재판을 마치고 퇴정하는 정 회계사를 향해 “정영학, 정영학,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해”라고 소리쳤다.
이날 오후 증인신문을 이어가기에 앞서 재판부는 이 같은 곽 전 의원의 행동에 “상당히 부적절하다. 공판 외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안 된다”며 경고했다.
이에 곽 전 의원은 “답답해서 그랬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답답하면 정식 절차를 통해서 (방어)하는 게 재판의 본질”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 2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1심 속행 공판에서 휴정 시간을 맞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