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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자가검사키트에 체모라니 믿을 수 있겠나
입력 : 2022-04-2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의 유명한 속담 중 하나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닌 지역 공동체의 문제임을 상기시키는 구절이다. 
 
최근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제조 과정에서 비위생적인 장면이 포착돼 공분을 사고 있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집안 바닥에서 맨손으로 자가검사키트를 조립하고 심지어 작업장에는 개와 고양이가 돌아다니며 배변을 보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즐에는 고춧가루와 머리카락 등의 오염물이 들어가 있었다. 그동안 비위생적이고 비전문적으로 만들어진 자가검사키트가 유통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문제는 그 여파로 인해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이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가검사키트는 제품 특성상 신체의 일정 부분을 거쳐 결과를 확인한다. 검체를 채취하고 감염 여부를 알기까지 제품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자가검사키트가 제조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학인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련 업체를 고발했다. 또 자가검사키트 면봉에 붙은 체모(추정)에 대해 추가로 식약처와 보건복지부 및 관련 업체를 고발하기도 했다.
 
거센 반발에도 식약처는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다. 식약처는 최근에야 자가검사키트 제조 28개 업체 중 15개 업체를 적발해 생산중단 3개월의 처벌을 내렸다는 보도자료만 배포했다.
 
당시 식약처는 신속항원검사키트에 사용된 일부 부분품이 비위생적 환경에서 제조된다는 제보로 해당 수탁업체와 연계된 업체를 추적 및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들 15개 제조업체는 일부 부분품 제조공정을 위탁하는 과정에서 해당 수탁업체의 관리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의 조사 결과 위반사항이 확인된 품목은 총 21개 품목이다. 대부분은 수출 제품이며 자가검사키트 1개 제품 일부 물량이 약국과 편의점으로 유통됐다. 또 전문가용 항원검사키트 2개와 A·B형 간염검사키트의 2개 품목이 국내 유통됐다.
 
복지부와 교육부는 식약처 결과를 기다리면서 즉각적인 자가검사 중단 및 자가검사키트 확인 및 회수 절차에 착수하지 않았다.
 
실제로 기자가 복지부와 교육부 홈페이지에 접속해 확인한 결과 이와 관련된 보도자료는 없었다. 교육부 홈페이지 보도자료에는 신속항원검사도구 운영 계획안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이달 셋째주부터 유치원과 초등학교 및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속항원검사도구(키트)를 활용해 주 2회 실시하던 선제 검사를 주1회를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안이었다.
 
결국 학인연의 고발 이후에 뒷짐만 지고 있던 식약처가 자가키트 제조 업체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한 셈이다. 그동안 비위생 키트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학생들을 위한 구제책은 현존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가검사키트와 관련 부처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자가키트 논란은 식약처와 복지부, 교육부 등 각 부처 간 협력과 신속한 대처가 없었다는 점이 안타까운 대목이다.
 
산업2부 고은하 기자
고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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