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은행이 금융 외 다양한 부수업무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국회에 건의하는 등 생활 서비스 영역 진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은행권 부수업무에 통신이 포함되면 알뜰폰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한 KB국민은행에 이어 거대 자본을 앞세운 금융권의 본격적인 진출이 예상돼 알뜰폰 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윤재옥 국회 정무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디지털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은행도 유통·통신·배달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법적으로 통신 등 이종산업 진출이 제한돼 있지만 금융당국이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라 2년간 규제를 풀어주는 샌드박스 특례를 적용했고, 2019년 KB리브엠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 2년여 만에 28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은 새로운 부가 수익원의 창출보다는 비금융 데이터의 확보에 방점이 찍혔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금융권은 통신과 금융 데이터 등을 융합한 초개인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금융과 통신을 융합한 새로운 결제 플랫폼을 만들거나 금융 거래 정보가 부족한 고객들의 정보까지 확보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산이다.
알뜰폰 업계는 이처럼 금융권의 사업 목적성의 결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따른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은 알뜰폰을 미끼로 금융 상품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거나, 예·적금을 활발히 하지 않는 MZ세대를 유치하려고 하는 게 주목적"이라면서 "이들이 약관 변경을 통해 도매가 이하로 팔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B리브엠은 방탄소년단(BTS), 배우 송강 등을 전속모델로 쓰고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상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금융결합상품 할인이 가능한 5세대이동통신(5G) 요금제와 청년들의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청년희망 LTE 요금제' 등을 출시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은행권 진입이 본격화되면 가입자 유치를 위해 다양한 상품과 마케팅이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소비자 편익과 시장 활력 제고 관점에선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이통사 자회사가 장악한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3사를 견제해 요금 인상을 막는 메기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다. 실제로 KB리브엠은 중소 알뜰폰 사업자보다 이통사와 이통 자회사의 가입자를 상당수 흡수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을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적절한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향후 금융권의 진출이 가시화하기 전에 시장 파괴적인 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을 정부가 견제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규제 장치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알뜰폰스퀘어에서 열린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달성 기념식' 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