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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모빌리티 넘어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담겠다"
권오상 레인포컴퍼니 대표…마카롱택시 등 거친 모빌리티 플랫폼 비즈니스 전문가
입력 : 2022-05-0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모빌리티라는 단어는 굉장히 포괄적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택시 호출 앱에 한정해 생각하는 경향이 컸다. 더욱이 택시에 대한 다양한 수요보다는 공급의 편성에 보다 집중해 택시 업계와의 갈등을 키웠다. 반면 레인포컴퍼니는 기존에 없던 수요에 주목했다. 택시가 필요 없었던 이들을 '프리미엄 구독서비스'라는 틀 안으로 불러모았다. 레인포 생태계 안에서 일, 생활, 여가 등 프리미엄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
 
다음달이면 레인포의 첫 운행 1주년을 맞이한다는 권오상 레인포컴퍼니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레인포만의 차별점과 성장 전망을 이 같이 설명했다. '프리미엄·B2B·구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기존 모빌리티 시장에 없었던 영역을 새롭게 개척하겠다는 포부다. 
 
권 대표는 카카오를 거쳐 마카롱택시 운영사 KST모빌리티에서 전략총괄부사장을 지낸 모빌리티 플랫폼 비즈니스 전문가다. 카풀 논란, 타다 사태 등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부침을 몸소 체험한 점이 레인포컴퍼니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권오상 레인포컴퍼니 대표. (사진=레인포컴퍼니)
 
2020년 7월 설립된 레인포컴퍼니는 처음부터 프리미엄 서비스를 지향했다. 타다가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좌초되기 전까지 약 1년 동안 보여준 퍼포먼스에서 '더 좋은 차량을 더 많은 돈을 내고 탈 의향이 있는 고객이 얼마든지 있다'는 인사이트를 받았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최근 일반 가맹 택시 중에서도 고급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은 승합차량으로 운행을 한다"며 "좋은 택시라는 게 큰 택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 우리는 그 윗 레벨의 프리미엄을 찾고자 하는 취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레인포가 겨냥하는 프리미엄 고객층은 택시보다는 기사가 딸린 전용 차량을 이용하는 집단이었다. 고급 차종을 이용해야 하고 외관상 택시로 인식될 만한 표식이 있어도 안되는 사람들을 공략하고자 했다. 그들에게 매일 같은 차량과 기사를 보내주는 안정성을 위해서 구독의 개념으로 서비스를 설계했다. 천편일률적인 요금 청구 방식을 간소화하는 데에도 구독 방식이 주효했다. 
 
그러면서 눈에 들어온 곳이 로펌이었다. 로펌은 전체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임원급으로 구성돼 대형로펌의 경우 40~50대의 법인 차량과 기사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로펌 입장에서는 많은 차량을 직접 구매하거나 리스를 하고 기사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큰 영역이다. 야근이 많은 변호사 업무 특성상 주 52시간 근무제를 이유로 기사들이 먼저 퇴근하는 상황에 대한 고충도 종종 발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는 기사가 확진이 되거나 갑작스러운 퇴직·휴직 등으로 차량 운행의 공백도 빈번하게 나타났다. 
 
레인포는 법인 차량과 동일한 퀄리티를 보장하면서 더 낮은 비용 부담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했다. 파트너 변호사들의 출퇴근을 책임져주고, 유휴 시간인 심야에는 일반 호출 영업을 통해 차량 이용 효율을 높이는 식이다. 이 같은 전략은 로펌들에도 합리적인 선택지로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6월22일 법무법인 화우를 첫 고객으로 맞이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국내 6개 대형 로펌 중 4곳에서 레인포의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이후 레인포의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는 병원, 호텔 등으로 확대됐다. 자신들의 VIP 고객들을 오고가게 할 수 있는 이동 수단으로 레인포를 낙점한 것이다. 현재 여행사, 항공사들과도 상위 1%의 프리미엄 고객들에게 '도어 투 도어' 고급 의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제휴를 논의 중이다. 
 
프리미엄 차량 구독 서비스 레인포는 대형로펌, 병원, 호텔 등을 중심으로 활동 영역을 늘리고 있다. (사진=레인포컴퍼니)
 
이처럼 레인포는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점진적으로 탄탄하게 성장 중이다. 설립 초기 한국벤처투자 등으로부터 10억원의 시드투자를 유치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하는 듯 했지만 곡절도 적지 않았다. 국토부로부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에서 규정하는 '플랫폼운송사업자(타입1)' 허가를 받기까지의 과정도 그 중 일부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임시 특례허가를 부여받아 서비스를 이어오던 레인포는 지난해 12월29일 서울·성남 지역에서 총 220대의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면허를 획득, 정식으로 합법 사업자가 됐다. 
 
권 대표는 "로펌, 대형병원, 호텔 등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곳들과 미팅 과정에서 꼭 듣는 말이 '안 망할 수 있겠느냐'였다"며 "고객사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서비스의 영속성을 증명하는 것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규제 리스크로 타다가 하루 아침에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을 목도했던 사람들이 신규 서비스에 마음을 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당신들이 우리를 선택해줘야만 망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식으로 밖에 말을 할 수 없었다"며 "인식을 깨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레인포는 연말까지 운행 차량 대수를 상한선인 220대까지 늘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여의도 IFC 등 대형 건물 입주사 대표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골프 등의 테마를 중심으로 B2C 서비스도 확대한다. 당초 로펌 변호사들이 지방 출장 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던 대절 요금제가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새 시장을 발견했다. 현재 골프장 픽업 서비스는 11인승·15인승 차량만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레인포의 고급 차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 권 대표의 설명이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대체로 기업의 중역 이상인 만큼 기업 고객 유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레인포는 골프장 픽업 서비스를 발판으로 B2C 확장도 추진 중이다. (사진=레인포컴퍼니)
 
차량 대수 확대 속도에 맞춰 올 3분기 말이나 4분기 중으로는 국토부에 추가 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운행 대수가 500대까지 확대된 이후에는 모범택시 급의 법인택시 회사도 인수, 고급택시 가맹사업자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레인포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이동을 포함한 모든 라이프스타일을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도약을 꿈꾼다. 정기 출퇴근 서비스라는 기본 옵션에 아이의 등하원 픽업 서비스를 붙이거나 와인·미술품·고급스파·헬스클럽과 관련한 이동 등 취향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권 대표는 "고객들의 이용 데이터를 보다보니 자주 방문하는 매장 등의 동선이 파악된다"며 "백화점 할인권, 고급 와인바, 항공권 등 다양한 제휴 혜택을 통해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관통하는 서비스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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