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공포로 70년 숙원이었던 검찰개혁이 마침표를 찍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검경수사권 조정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그리고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입법에 이르기까지 5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특히 막판에 입법화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는 표면적으로나마 문 정부가 추진해온 검찰개혁의 마지막 퍼즐로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선택적 수사·기소를 막기 위한 시대적 과제를 일부 풀어냈다는 평가다.
지난해 1월부터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며 검·경 관계가 재정립된 것은 큰 변화였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지 66년 만이다. 이전에는 형소법에서 수사권 주체를 검사로 규정해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지휘를 받는 보조자 역할을 했으나 문 정부 들어 수사권이 조정돼 검경 관계는 ‘상하’가 아닌 ‘협력’ 관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는 검찰개혁의 시초가 됐다.
동시에 지난해 1월 공수처가 설립됐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1996년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가 발의한 부패방지법에서 처음 거론됐지만 그간 여야 간 이견으로 번번이 설치에 실패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 공수처의 전신인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립을 강력 추진했지만 검찰과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실패했다. 그렇게 번번이 좌절됐던 고위공직자 독립수사기구는 문재인 정부 들어 완성됐다.
하지만 이러한 형사사법 시스템의 변화 후 1년여 간 수사 주체와 대상을 두고 혼란이 발생했다. 정부가 검경 수사권을 조정해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쪼갠 근본적 배경은 수사기관 문턱을 낮춰 국민에게 질 좋은 수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었으나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 불필요한 절차가 반복되는 등 각종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검찰의 막강한 힘을 깨기 위해 어렵사리 출범한 공수처는 1년이 넘도록 아직까지 존재가치를 증명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을 지켜본 법조계에서는 진영을 떠나 검찰개혁에 대한 평가가 대체로 박했다. 특히 최근 공포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했다.
김현 전 대한변협회장은 "공직자 범죄와 선거범죄는 법치주의를 가장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인데 이것을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게 한 것은 권력남용을 그대로 묵인하자는 얘기"라며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이라고 혹평했다.
또다른 전 변협회장은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다. 너무 성급했다"고 한 마디로 정의했다. 그는 "국가 시스템이라는 것이 목적만 가지고 변경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면서 "이상과 현실 두마리 토끼를 다 쫓으려다 결국 아무것도 남긴 게 없다"고 평가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인 한 변호사는 "국무회의에서 의결·공포된 법안을 보면 검찰 반응이 과한 면도 있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검찰청법 개정으로 수사권을 조정한 이후 안착이 안 된 상황에서 의견수렴 없이 형사소송법까지 건드린 것은 다수당의 부적절 한 행동"이라고 했다.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전체적 방향이 맞더라도 졸속으로 처리된 이번 법안의 흠이 덮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 밖에 없다고 했다.
장주영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상대적으로 후하게 평가했다. 그는 검찰개혁이 문재인 정부의 공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전제한 뒤 "수사와 기소권 분리라는 변화가 이번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완결됐다고는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 전 회장은 "너무 급하게 밀어붙이지 않았나 하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지금 제기되고 있는 우려점들은 추후 충분히 보완하면서 지금의 법안을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지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70년간의 국가수사 역량을 하루아침에 없앴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 그는 "기득권적 논리다. 그렇다면 100년, 200년 된 제도는 절대로 손 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장 전 회장은 그 대안으로 한국형 FBI(가칭 중대범죄수사청)에 상당한 기대를 보냈다. 검찰이 직접 수사해 온 6개 중대범죄 수사권을 가져갈 대안 조직이다.
그는 "균형과 견제 측면에서 봐야 한다. 검찰이 쌓아 온 노하우가 분명 있다. 그런 노하우를 가진 검찰 인력은 중수청에 가서 수사 노하우를 발휘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수청의 권한 남용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을 가진 검찰이 경찰은 물론 중수청과의 관계에서도 상호 견제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80~90%로 끝난 검찰개혁은 중수청 설치와 성공적 안착으로 완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찮았다. 앞의 이 변호사는 검찰이 직접 수사해 온 6개 중대범죄 수사권을 가져갈 한국형 FBI(가칭 중대범죄수사청)에 대해서도 우려를 털어놨다. 기소권한만 남겨뒀을 경우 검찰 인력 중 상당수가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여권에서는 이들이 중수청으로 옮겨가면 된다는 논리이지만, 인력이 그대로 이식될 경우 검찰청의 아류청이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퇴임을 목전에 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6일 정부과천 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검찰개혁은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