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조승진 기자] 윤석열 정부 초기 내각에 대한 양측의 갈등이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점을 찍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입시비리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 후보자 역시 자녀 관련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공세를 펼쳤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검수완박 법안(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맞불을 놨다. 한 후보자에 대한 정책 능력 등에 대한 검증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 "조국 수사 지휘하던 때 딸은 '가족찬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약탈적 학술지에 (한 후보자 딸) 논문이 다수 게재되는 등 이런 일들이 벌어진 시기가 (한 후보자가) 대검 반부패 부장으로서 조국 전 장관 후보자 수사를 지휘한 이후에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다른 사람(조국 전 장관)의 잘못에 대해선 70군데 압수수색까지 하며 수사, 기소했는데 막상 한 후보자는 그(2019년 조국 수사) 이후 2020년, 2021년, 2022년 걸쳐 이런 일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자는 (자녀 관련) 의혹을 보도한 기자, 언론사 등을 고소했다”며 “(기사에) 실제적 악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한 후보자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는 등 이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셀프고소’가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지적에 한 후보자는 “(딸의) 교육 과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관여하지 않았다”며 “그 시기가 지방으로 좌천돼 있을 때라 상황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또 “(언론 보도에 나오는 딸의) 논문이라고 하는 것들은 논문 수준은 아니고, 연습용 리포트 수준의 짧은 글들을 모은 것”이라며 “이는 입시에 사용된 사실이 전혀 없고, 그 글이 입시에 사용될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입시지원을 안 했다는 것은 말장난”이라며 “굳이 (논문) 대필하고, 표절까지 하는 등 스펙을 쌓고 상을 받았느냐. (이런 스펙을 통해 아이비리그대학에 입학한 사촌)언니들이 갔던 길을 그대로 가기 위한 게 아니냐는 합리적 추측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자 자녀 의혹에 대해 “가족판 스카이캐슬, 스펙공동체”라고까지 꼬집었다.
국힘 “민형배 탈당, 헌법상 ‘다수결 원칙’ 위배”
반면 국민의힘 측에서는 '검수완박' 입법화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세를 폈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의 탈당이 타깃이었다. 여야 의원 간 격한 고성이 오갔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검수완박'의 가장 큰 문제는 절차적 위헌성”이라며 “법안 날치기 처리 과정에서 이승만 정부 때 사사오입 개헌 이래 최악의 꼼수들이 난무했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게 (민형배 의원) 위장 탈당”이라며 “(민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안건조정위원으로 참여해서 최장 90일짜리 안건조정위원회를 단 17분 만에 끝내버리기 위한 꼼수 중의 꼼수”라고 때렸다.
한 후보자는 조 의원의 이와 관련된 질문에 “헌법상의 적법절차를 지켜서 제정되고 시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에 대해선 “부패한 공직자의 처벌을 면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잘못된 법이 잘못된 절차를 통해 입법 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복당을 전제로 한 민 의원의 탈당이 이른바 ‘짬짜미’, 민법상 ‘통정허위표시’라며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후에 복당하는 것을 전제로 위장 탈당하는, 탈당하는 척하는 행위는 애초에 무효”라며 “그렇다면 안건조정위 구성 및 의결의 정족수부터 잘못된 것이고, 이는 헌법에 규정된 다수결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민형배 "복당 약속? 누가 봤나?"
이에 민 의원이 발끈하며 나섰다. 그는 “위장 탈당하지 않았다”며 반박하면서 “언론이 (위장 탈당 표현을) 쓰는 것은 비유라고 해도, 저는 지금 (민주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으로 앉아있다. 왜 위장 탈당이라고 하느냐”며 “복당 약속을 누가 했느냐, 봤느냐”고 따져 물었다.
민 의원은 지난달 20일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이 됐다. 여야 각각 3명씩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원회에 민 의원이 야당 몫(무소속)으로 참여함으로써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은 소집 17분 만에 안건조정위를 뚫고 법사위 전체회의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날 청문회는 현안에 대한 질의로 양측 의원간 고성에 감정싸움까지 격해지면서 파행을 거듭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효선·조승진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