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숏폼 콘텐츠 전용 플랫폼 틱톡이 국내와 해외 음원차트에 이르기까지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틱톡 댄스 챌린지를 통해 해당 음악이 음원차트에서 인기를 얻게 되거나, 틱톡을 통해 과거의 곡이 역주행하며 화제를 모으는 식이다. 기성 플랫폼인 음원 업계는 이 같은 현상에 주목하며 틱톡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수 제시의 신곡 '줌'(ZOOM)은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댄스 챌린지 열풍으로 지난달 13일 발매 이후 유튜브와 음악 차트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제시와 안무팀 라치카를 시작으로 유재석, 싸이, 오나라, 우주소녀, 잇지 등의 연예인에 이어 일반인들도 챌린지 영상을 게재했으며, 해외에서도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틱톡에서는 '줌' 관련 영상만 160만개 이상 게재됐으며 현재 이날 기준 공식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 400만뷰를 돌파했다.
앞서 지코는 2020년 '아무노래' 챌린지로 연간 가온 디지털·다운로드·스트리밍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효리, 청하, 화사 등 유명스타가 챌린지에 참여했고,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쉽고 중독성 있는 안무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가요계에서 신곡 포인트 안무를 따라 하는 짧은 영상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며, 음원차트에 없는 곡들도 틱톡에서 반응이 좋으면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렸다.
틱톡의 영향력이 커지자 KBS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은 지난 2월 4주 차부터 K-차트 순위에 틱톡 점수가 반영된 가온차트를 활용하고 있다. 'K-차트' 순위 집계 방식은 디지털 음원(60%)+방송 횟수(20%)+시청자 선호도(10%)+음반(5%)+소셜 미디어(5%) 비율로 합산되는데, 소셜 미디어 부문에 가온차트가 제공하는 유튜브 및 틱톡 점수가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멜론은 지난달 8일 틱톡 주간 차트 30을 신설했다. 음원 상세 페이지를 클릭하면 관련 틱톡 영상을 볼 수 있다.
틱톡은 다른 소셜 플랫폼과 달리, 앱을 켜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음악과 사운드에 노출되는 '사운드온' 플랫폼 구조를 가지고 있어 새로운 음악을 접하고 음악을 즐기기에 용이한 플랫폼이다. 미국 MRC 데이터의 음악 인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틱톡 사용자의 75%가 틱톡을 통해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63%는 틱톡을 통해 이전에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음악을 접하게 됐다고 답했다. 틱톡 사용자 67%가 틱톡에서 들은 노래를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찾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틱톡에서 접한 음악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플랫폼이나 아티스트뿐 아니라 Z세대에게 신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틱톡을 활용하는 기업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틱톡 관계자는 "브랜드와 마케팅 담당자들은 틱톡의 추천 피드 기능인 추천 피드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노출하고, 해시태그 챌린지를 통한 프로모션뿐만 아니라 브랜드 스티커, 인피드 광고 등 다양한 광고 상품을 활용해 브랜드를 더욱 다양한 사용자 커뮤니티에 노출해 브랜드 콘텐츠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틱톡의 매서운 성장세에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입지마저 위협받고 있다. 틱톡이 기존 SNS를 대체하면서 구글과 메타의 디지털 광고 성장세가 둔화됐고 매출도 휘청였다. 올해 1분기 유튜브의 매출은 8조7000억 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틱톡을 경쟁자로 꼽으며 짧은 동영상 서비스 개발을 지시했다.
틱톡에 게재된 제시의 '줌' 관련 영상. (사진=틱톡)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