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수 추계 능력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2일 윤석열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함께 초과세수 53조원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다.
이번 발표에서 기재부는 국세 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무려 53조3000억원 늘어났다고 밝혔다. 기재부의 예상대로 세금이 걷힐 경우 본예산 대비 세수 오차율은 15.5%에 달한다. 지난해 세수오차율 21.7%(61조4000억원)에 연이은 역대급 오차다.
유류세 인하 정책으로 교통세 세수가 4조5000억원 감소했음에도 법인세, 근로소득세 등이 증가하면서 세수가 늘었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특히 반도체·금융·철강·정유 등 주요 기업의 실적이 개선돼 법인세 수입 전망이 큰 폭으로 늘었다. 법인세 증가 예측분만 29조1000억원에 달한다. 고용 증가, 임금 상승, 대기업 성과급 증가 등 영향으로 근로소득세도 10조3000억원 추가로 걷힐 것으로 예측됐다.
고유가 등에 따른 수입액·물가 상승과 더불어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관세 1조3000억원, 부가가치세 1조8000억원이 더 걷힐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 및 공시가격 상승으로 양도세 11조8000억원, 종합부동산세 1조2000억원, 상속증여세 2조8000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세수 오차가 발생은 최근 2년간 국세 수입 전망 측정이 어려웠던 점이 감안돼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공급망 문제, 인플레이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세수 추계가 흔들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초과 세수 규모는 윤석열 정부가 소상공인의 손실보전금 등을 지급하는 내용의 2차 추경 발표와 맞물려 발표됐다. 정부 출범 사흘 만이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의 손실보전금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초과세수 44조3000억원은 추경 재원으로 활용돼 공약을 지키고, 9조원은 국채 상환에 활용해 국고채 이자도 안정시킬 수 있게 됐다.
세수추계 발표 불과 사흘전까지 집권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기재부 예산 당국이 세수 규모를 자기들 필요에 따라 달리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며 '국정조사'를 거론하고 나섰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해 50조원 넘는 초과 세수가 있을 때 국회에서 국정조사라도 해야 할 사안이라고 이야기를 했다"며 "지금이야말로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재부가 정권에 따라 세수 추계 규모를 달리 예측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정치적 의도에 대해서 극구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세수오차 발생한 뒤 기재부가 2월 발표한 '세수오차 원인분석 및 세제 업무 개선방안'에 따른 재추계 결과라는 것이다.
3월 누계 국세수입 실적 진도비가 과거 5년 평균대비 3%포인트 이상 차이가 발생했다. 경보 발령으로 기재부는 세수를 재추계했고 그 타이밍은 공교롭게도 정권 교체기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사흘만에 세수 초과세수를 발표한 기재부.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진 것일까.
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