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최대 상업 도시 상하이가 '제로 코로나'를 이유로 봉쇄된 지도 50일이 됐습니다. 1만명을 상회했던 상하이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이제 한 자릿 수대로 떨어지며 봉쇄의 끝이 머지 않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중국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상하이시는 다음달 봉쇄 해제를 목표로 단계적 정상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유례없는 상하이 봉쇄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중심지인 상하이가 봉쇄되면서 4월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2020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이 기간 상하이 자동차 판매량은 0건을 기록하기도 했지요.
경제적 충격 만큼이나 상하이 시민들이 받은 정신적 타격도 큽니다. 상하이 시민들은 '상하이에 살고 있다'는 일종의 '자부심'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번 봉쇄 조치로 산산조각이 났다고 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48일째였던 지난 14일 봉쇄 중인 중국 상하이시의 창닝구와 민항구의 경계에 차량과 사람이 오갈 수 없도록 장애물이 설치돼 있다. 현재 상하이의 주요 간선도로에는 수백 미터마다 공안이 배치돼 허가받지 않은 사람과 차량의 이동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상하이를 '탈출'한 한 한국인 사업가에 따르면 봉쇄령이 내려지기 하루 전인 3월27일 오전만해도 "상하이의 봉쇄는 없다"는 것이 상하이시 정부 측의 뜻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같은 날 저녁 8시, 베이징에서 관리자가 파견되고 전격적인 봉쇄령이 내려집니다. 반나절 만에 바뀐 지침에 식자재 조차 준비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고요. 물론 중국의 무인 배달 서비스가 활성화 돼 있는 덕분에 먹고 사는 데 큰 혼란은 없다고 하지만, 이들이 받은 정신적 데미지는 단 시간 내에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전언입니다.
이 사업가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는 데에는 그 만한 사정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우선 현실적인 이유로는 중국의 고령화와 의료 시스템에 있습니다. 중국의 14억 인구 중 60세 이상 고령자는 2억6700만명에 이릅니다. 이들 중 대부분이 중소형 도시인 3~4선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나마 의료 환경이 좋은 상하이에서 코로나를 통제하지 못하면 사망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우려때문입니다. 중국에서 코로나가 대규모로 확산 시 미국과 같은 비율로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추정하면, 410만명이 코로나로 사망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숫자가 500만, 1000만까지도 충분히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무게를 두고 있는 제로 코로나 고수 배경은 정치적 의도입니다. 최근 국회도서관이 발간한 동향 보고서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 보다 구체적으로는 시진핑 주석이 제로 코로나를 공산당의 성과이자 개인의 성취로 보고 있는데, 제로코로나를 포기하는 것은 곧 공산당과 시진핑을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 가을 열리는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3연임을 시도하려는 시진핑에게는 이번 코로나의 위기를 반드시 잘 넘겨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한인 사업가는 보다 깊은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상하이를 제압(?)함으로써 3연임의 걸림돌을 제거했다는 주장입니다. 시진핑은 지난 10년 간의 집권기 동안 '부패척결'을 빌미로 반대 세력들을 대거 숙청했습니다. 태자당 계열로 분류되는 시진핑이 공청단, 상하이방 계열들을 억눌렀다는 것이죠.
통상적으로 중국의 주요 관리들은 상하이를 거치며 부를 축적하고 중앙 정부로 진출하는 코스를 밟는데, 이 고리를 끊어버렸다는 설명입니다. 알리바바를 탄압한 배경에도 상하이방 주요 인사들이 알리바바 지분을 다수 보유해 이들의 돈줄을 막기 위함이었다는 음모론이 자리하고 있다고도 그는 덧붙입니다.
더욱이 중국 최대 상업 도시인 상하이를 옥죄는 모습은 다른 지방 정부들에게도 본보기가 됐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중앙 정부에 반기를 들려는 싹을 애초에 잘라버리면서 1인 독재의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행보를 보면 충분히 수긍이 갈 만한 주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