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끝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민주당도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부결이라는 외길에 이르렀다. 의원총회를 통해 '부결'을 당론으로 정할 수순에 돌입했다. 여야 관계는 파국 직전까지 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광주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한덕수 후보자는 소통령으로 불리는 한동훈 장관 임명을 위해 버리는 카드였다는 소문이 무성하더니, 결국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며 "20일 의원총회에서 한 후보자 임명 동의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날선 반응은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의회 존중과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한 지 하루 만에 민주당이 그간 결사반대했던 한동훈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인 데 따른 대응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임명 강행 직후 "협치를 요구해서 안 될 것"이라며 '살얼음 정국'을 선언하고, 한덕수 후보자 인준 여부를 가리기 위한 국회 본회의 카드로 맞불을 놨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한동훈 장관 임명 직후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에게 한덕수 후보자 인준 여부를 결정할 본회의 일정 협의를 국민의힘과 진행하라고 지시했고, 여야는 20일 본회의 개최에 합의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윤 대통령이 협치 약속을 깬 상황에서 '한덕수 인준 반대' 외에 남은 카드가 사실상 없다. 새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부담과 지방선거 우려에도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 기류가 당내에 퍼졌다. 한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동훈 장관 임명은 곧 야당과 협치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서로 참고 있지만, 지든 이기든 선거가 끝나면 전면전을 할 수도 있겠다 싶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당내에서 제기됐던 '한덕수 후보자 인준' 기류도 한동훈 장관 임명 강행으로 급격히 얼어붙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당내에서도 '확실히 경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며 "다만 지방선거에 나오는 후보자들의 경우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의원은 "한동훈 임명 강행 이후 한덕수 부결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총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근(오른쪽) 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후 광주 서구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론이 나쁘지 않은 것도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을 더는 부분이다. 지난 16일 JTBC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40.8%가, 야당이 정권 초기 새정부의 발목 잡기를 한다는 의견에 38.2%가 공감을 표했다. 공직과 대형로펌을 오가며 서민으로서는 상상키 어려운 거액을 고문료로 받았고,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의혹도 더해졌다.
윤 대통령은 '아빠 찬스' 논란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하며 마지막 협상카드로 남겨뒀다. 민주당이 한덕수 후보자 인준을 끝내 부결시킬 경우 정 후보자 임명으로 맞대응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렇게 되면 여야 관계는 파탄에 이르게 된다. 여권이 '총리 없는 내각', '새정부 발목 잡기'로 여론전을 펼치면 지방선거에 대한 우려로 민주당이 코너로 몰릴 수도 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