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업의 한 부장이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나이키 에어포스' 스니커즈를 신고 나타났다. 구하기 어려운 이 제품을 어떻게 구했나 물었더니 40대 부장도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 웃돈을 주고 구입했단다.
(사진=크림 홈페이지 캡처)
분명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며 당근마켓을 열렬히 애용하던 사용자인데 어떻게 웃돈까지 주며 신발을 구매하기에 이르렀나 생각해보다 리셀이 점점 자연스런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리셀 문화가 10대, 20대, 30대를 넘어 40대 이상에도 대중화되는 분위기임은 확실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 인기 스니커즈들은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간혹 품절되는 경우가 있더라도 매장에서 구경을 하고 사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오프라인 매장에 인기 스니커즈는 아예 입고 자체가 되지 않고 있다. 매장 직원도 리셀 플랫폼을 권할 정도다.
인기품목은 그저 선착순 발매로 순식간에 동나거나 드로우를 통해 랜덤 추첨방식으로 극히 일부만 구매할 수 있도록 돼있다. 그럴수록 이들 제품의 인기는 더 올라가고 리셀 플랫폼에서 더욱 높은 값에 거래된다.
기자 역시 지난 2월 리셀 플랫폼에서 웃돈을 주고 스니커즈를 구입했다. 지금은 시세가 조금 떨어져서 마치 주식을 하는 것처럼 속이 쓰리지만, 인기있는 드로우 제품이었기에 몇 만원을 더 얹어서 구매하는 것이 당시엔 그리 불쾌하지만은 않았다. 운을 돈으로 산다는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 같은 제품을 남들보다 비싸게 구매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편이지만 반대로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이 있다면 나도 리셀해서 팔면 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생각을 바꾸자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인기제품=웃돈'이라는 공식이 자연스러워지면서 웃돈을 주고 구매하는 것, 웃돈을 주고 판매하는 것 모두 점차 덜 불편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스니커즈뿐만 아니라 인기 의류, 희귀한 명품 시계, 명품 가방, 캠핑 용품까지 리셀 플랫폼 안으로 들어왔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허탕을 칠 바에 돈을 조금 더 주고 구매하겠다는 수요자의 욕망과 시간과 노력에 대한 값어치를 돈으로 환산하고자 하는 공급자의 욕망이 맞물려 리셀 시장이 돌아가고 있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 모두 커지다 보면 결국 어느 시점에선 웃돈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안정화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