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소비자가전 박람회 'CES 2022'에서 LG디스플레이 관계자가 LG디스플레이 쇼 윈도우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삼성전자가 ‘을’인 세상, 상상이 가시나요? 한국전쟁 이후 한국을 세계에 알린 여러 기업 중 하나가 삼성입니다. 삼성은 초단위 기준으로 광고비가 가장 비싼 뉴욕 타임스퀘어 옥외 전광판에 브랜드를 내걸며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동시에 한국을 알리는 셈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K-POP 등을 통해 전세계에서 한국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지만, 1990년대만 해도 ‘한국은 모르지만 삼성폰은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삼성전자는 단일 기업이지만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회사는 1·2·3차 협력사를 통틀어 수백 개에 이릅니다. 삼성전자를 취재하다보면 관련 디스플레이나 부품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들은 삼성을 ‘슈퍼 갑’이라고 칭하더군요.
그런 삼성이 이제는 ‘을’의 위치에 놓이게 생겼습니다. ‘영원히 하지 않는다’던 OLED TV 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입니다.
OLED TV 시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판매율이 높은 건 LCD TV지만 LCD 단점을 보완하고 보다 선명하고, 자연과 가까운 화질을 내보일 수 있는 기술이 OLED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이 OLED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 202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삼성 퍼스트룩’ 행사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올레드는 영원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TV 사업 총 책임자가 이렇게 말한 만큼 취재진들도 ‘OLED 말고 다른 걸 하나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TV 시장이 LCD에서 OLED로 그것도 빠르게 커져가면서 삼성도 머쓱해진 상황입니다. OLED 말고는 다음 TV 시장을 리드할 기술이 당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퀀텀닷 디스플레이(QD-OLED)를 공급받아 OLED TV를 생산하고 있지만, 삼성디스플레이의 수율이 크게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국내에선 OLED TV 출시 및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 않지만, 미국에선 이미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를 탑재한 TV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현재로선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합니다. OLED TV 시장에 발을 담근 이상 판매고를 높이기 위해선 LG디스플레이와 손잡는 게 유일한 방법이죠.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게 LG전자와 소니에게 공급하고 있는 OLED 패널 가격 대비 저렴하게 공급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OLED 패널 대량 생산이 가능한 LG디스플레이가 키를 쥐고 있는 셈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LG디스플레이와 손잡는 것 이외 별다른 해결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권위’, ‘권좌’, ‘권력’은 참 무서운 단어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야할 때라고 봅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