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격론 끝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가결키로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이 결사 반대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협치 희망이 사라진 데다, 한덕수 후보자의 경우 공직과 로펌을 오가는 등 이해충돌 의혹마저 제기되면서 인준 불가 기류가 강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 국민의힘이 총리 없는 내각을 내세우며 민주당의 발목잡기를 계속해서 주장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선거 판세가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는 걱정이 당의 기류를 뒤집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원장은 20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서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한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가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가 가진 공직에 대한 기본적인 기준에도 불구하고 인준 동의안을 가결시키는 대승적인 결단을 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윤석열정부의 인사참사에 대해 저희가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당초 한덕수 불가론이 강했던 민주당이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는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강한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최근 계속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이란 전제를 달면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안 맞고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 출범 초기이니 기회를 열어주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왔다.
이에 당내 기류도 출렁이면서 의원총회에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 불참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민하면서 3시간 이상 격론을 펼쳤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이 사안을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과반이 넘는 의원들이 한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지방선거에 출마하는)후보들의 의중을 감안해서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 역시 “저희가 한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가결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여러가지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의 긴장구조 상황에서 총리 자리를 오랜기간 비워둘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새정부 출범에 우리 야당이 막무가내로 발목잡기를 하거나 방해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윤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그는 “아직 임명되지 못한 장관이 있고, 임명됐지만 장관으로 부적격한 인사에 대해서는 저희가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윤 대통령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는 말을 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고위공직자 전관예우 방지법, 이른바 ‘한덕수법’ 입법에 적극 나서며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위원장은 “우리 당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을 드린다”며 “부적격자를 총리로 임명하는데 저희가 그것을 막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앞으로 윤석열정부의 운영에 있어서 이런 부적절한 사례가 중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협치를 당부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들러리로, 대통령 비서실의 국회 출장소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며 “입법부 안에서도 여야는 행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의 목소리를 먼저 듣는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이어가야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바란다면 여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국민의 뜻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또 요구에 부응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